이 보고서에는 26쪽에 걸쳐 현직 판사들의 불만과 ‘재판권 침해’에 대한 선후배 법관 사이의 확연한 인식 차가 생생하게 담겨 있다. 20년차 이상의 고등법원 부장판사들은 대체로 “법관의 재량과 판단 부분은 개입해선 안 되지만 명백한 법률 오판 등은 근무평정에 반영할 수 있고, 재판 절차에 대해서도 좀 더 넓게 사법행정권이 행사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반면 서울고법의 배석판사 등 10년차 안팎의 판사 11명은 “구체적 사건에 관해서는 형식 내용을 불문하고 관여할 수 없다”고 못 박았고 “법원장이 판사를 상대로 하는 모든 행위가 재판권 침해”라고 밝힌 형사단독 판사도 있었다. 재판권 침해를 막기 위한 대안으로는 △사법행정권의 범위와 한계에 관한 예규 제정 △부당한 개입에 이의를 제기할 독립기구 및 심사기구 설치 △직위별 판사회의 상설화 등이 제시됐다.
신 대법관의 재판 개입 논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서울동부지법의 한 판사는 “신 대법관이 정치적인 영향을 받아 행동한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했고, 또 다른 판사는 “신 대법관의 사퇴 거부는 정치적으로 비칠 우려가 있고 재판업무의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며 용퇴를 권유했다. 이번 사태의 원인에 대해 △내부 의사소통 실패 △과다한 업무누적과 개혁 피로현상 △법원 관료화 △법관 상호 간 과다 경쟁 △근무평정, 승진제도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팽배 △미래에 대한 비전 제시 실패 등을 꼽았다.
한편 2003년 ‘4차 사법파동’ 이후 6년 만에 전국 판사들이 모이는 이번 전국 법관 워크숍은 충남 천안시 상록회관에서 열리며 각급 법원을 대표하는 판사 75명이 모인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