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장애인상 받는 양영순 씨

  • 입력 2009년 4월 20일 02시 58분


20일 ‘올해의 장애인상’을 수상하는 양영순 씨는 “장애와 비장애 구분이 없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한국장애인개발원
20일 ‘올해의 장애인상’을 수상하는 양영순 씨는 “장애와 비장애 구분이 없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한국장애인개발원
지체장애 1급 양영순 씨 등

5명 ‘올해의 장애인상’ 수상

양영순 씨(55·여)는 살아오면서 딱 세 가지가 불편했다. 가난한 것, 배우지 못한 것, 몸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것. 양 씨는 이 장애물들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섰다. 그는 장애인 자립을 위한 목장갑 공장을 차렸고, 전국지체장애여성협회 활동을 하며 매년 여성장애인 체육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지체장애인에게 옷 수선 기술을 가르치고 한 달에 두 번 정신지체요양시설에 가서 봉사활동을 한다.

지체장애 1급인 양 씨는 생후 9개월에 소아마비를 앓아 걷지 못한다. 날품팔이로 다섯 남매를 키운 양 씨의 홀어머니는 학교에 보내주지 않았다. 양 씨는 어려서부터 어머니로부터 “나 죽을 때 같이 죽자”는 말을 들으며 살았다. 그는 17세부터 38년간 휠체어에 앉아 옷 수선을 해왔다. 1977년 23세 때 결혼했지만 남편이 간질을 앓아 실질적인 가장 노릇을 했다. 삶은 힘겨웠지만 더 어려운 장애인들에게 옷을 사주고 쌀도 대줬다.

한평생 제주도에서 살아온 양 씨는 1982년 마음이 맞는 지체장애인 40여 명과 함께 ‘제주도지체장애인협회’를 만들었다. 장애인들이 집 밖으로 나올 기회를 만들고 싶어 장애인 야유회를 열었다. 제주도지체장애인협회는 회원이 2000명을 넘는 커다란 단체로 성장했다.

그는 1991년 한라산 등반에 나섰다. 휠체어를 탈 수 없으니 장갑을 끼고 네 발로 기어 이틀 만에 정상에 도착했다. 무릎이 다 까지고 손바닥은 부르텄다. 정상에 올라 만세를 세 번 부를 때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양 씨는 “남들이 하는 거라면 나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2002년 인도네시아 여행에서 다 부서진 휠체어에 앉아 있는 장애인을 보고 선뜻 자신의 휠체어를 내줬다. 여행 내내 남편이 업고 다녀야 했지만 마음만은 뿌듯했다.

양 씨는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열리는 제29회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서 올해의 장애인상을 받는다. 양 씨는 “넉넉지 못한 형편에 남을 돕다 보니 우리 아이들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 게 가장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족은 장애인상 상금의 절반을 장애인단체에 기부하는 데 적극 동의했다.

양 씨 외에 아시아 최초의 청각장애인 가톨릭 사제 박민서 씨, 시각장애인 음대 교수 이상재 씨, 사지마비 상태로 장애인 시설을 운영하는 정상용 씨, 열 손가락이 절단됐지만 7대륙 최고봉을 정복해낸 김홍빈 씨가 올해의 장애인으로 선정됐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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