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진 막아선 봉하 주민들 “사진 찍지 마라”

  • 입력 2009년 4월 20일 02시 58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19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주민들이 취재진의 철수를 요구하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트랙터 등 농기계로 도로를 가로막고 있다. 김해=김미옥  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19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주민들이 취재진의 철수를 요구하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트랙터 등 농기계로 도로를 가로막고 있다. 김해=김미옥 기자
문재인, 사흘만에 또 盧 방문 ‘5시간 대책회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조사가 임박하면서 사저가 있는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주민들이 취재진과 승강이를 벌이는 등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19일 일부 주민은 노 전 대통령의 사저 정문을 볼 수 없도록 마을 광장 안 골목에 현수막을 내걸었고, 사진촬영을 하는 기자들에게는 “해도 해도 너무한다”며 앞을 가로막았다.

이날 오후 봉하마을 이장 이모 씨는 13일에 이어 다시 한 번 ‘취재 지침성’ 방송을 내보냈다. 이 씨는 “사전 허락 없이 주민 촬영 금지, 사유지 무단 침입 금지, 마을 전기시설 사용 금지, 오후 9시 이후 마을을 돌아다니지 말 것 등 4가지 사항을 어기면 마을 주민들이 (취재진과) 전면전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 50여 명은 18일 낮 마을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이 현 정권 보호를 위해 표적 수사를 벌이고 있다”며 “언론의 편파보도가 심각하며 취재진 때문에 생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비판했다. 예산 퍼주기 논란이 일고 있는 봉하마을 개발사업에 대해선 “대통령 퇴임 뒤 지역을 위해 벌인 사업에 부정이 있다면 주민들이 책임을 지겠다”며 “마을 인근 하천인 화포천 살리기와 김해시의 농업 관련 예산 지원은 계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해시는 10일 봉하마을의 주요 사업에 대해 백지화 또는 전면 재검토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기자회견에는 ‘지역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 대통령, 더 이상 욕되게 하지 마라’ ‘공정성을 잃은 검찰, 노무현 죽이기 그만해라’ ‘언론들이여 해도 너무한다. 사람 좀 살자’ 등의 현수막이 등장했다. 주민들은 현수막을 들고 ‘노무현 사랑해요’라는 구호와 동요 ‘고향의 봄’을 부르며 사저 앞까지 왕복 400m를 행진한 뒤 30분 만에 해산했다.

기자회견이 끝나자 일부 주민은 취재진이 노 전 대통령을 촬영하기 위해 대기하던 곳을 트랙터 등 농기구로 막아 기자들과 충돌을 빚기도 했다. 사저 주변 경호원들은 사저 앞 도로 한쪽 차로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해 취재차량의 접근을 제한하는 등 경비를 강화했다.

한편 19일 오전 10시 40분경 문재인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16일에 이어 사흘 만에 사저를 다시 방문했다. 이날 정상문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이 검찰 조사를 받다가 긴급체포된 것과 관련이 있는 듯했다. 문 전 실장은 5시간 뒤인 오후 3시 50분경 돌아갔다. 노 전 대통령의 김경수 비서관은 “변호인 입장에서 방문해 그동안 진행 상황과 검찰 소환과 관련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눴다”며 “아직 검찰의 소환 통보는 없었다”고 전했다.

김해=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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