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소환 왜 자꾸 미뤄지나

  • 입력 2009년 4월 20일 02시 58분


정상문 새 혐의 ‘돌출변수’

4·29 재보선 직전 부르면

정치적 논란 휩싸일 가능성

검찰의 노무현 전 대통령 소환조사 시점이 다음 주 4·29 재·보궐선거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검찰은 11일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전격 소환해 조사한 데 이어 지난주 아들 노건호 씨에 대한 조사도 거의 마무리했기 때문에 노 전 대통령 소환 조사는 당초 이번 주 후반으로 점쳐졌다. 그러나 19일 정상문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의 새로운 혐의가 드러나 긴급체포되는 등 돌발 변수가 발생하면서 14년 만에 벌어지는 전직 대통령의 검찰 소환은 다음 주 후반까지 미뤄질 수도 있게 됐다.

▽4·29 선거 이후 소환 검토=검찰은 최근 노 전 대통령 소환조사를 29일 국회의원 재선거 이후로 미루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주까지 노건호 씨 등을 비롯해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노 전 대통령을 직접 소환해 혐의를 확인하는 수순에 들어가려 했다.

그러나 거액이 들어 있는 정 전 비서관의 차명계좌가 새로 발견되고, 이 돈이 노 전 대통령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까지 수사하기 위해서는 노 전 대통령을 이번 주에 소환하기는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고 다음 주 초로 소환 일정을 늦춰 4·29 국회의원 재선거 직전인 27, 28일경에 소환하는 것은 정치적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다음 주로 소환 일정을 미루는 게 불가피하다면 아예 29일 재선거 이후에 소환하는 게 적절하다는 게 검찰 내부의 기류다.

일단 수사팀은 20일 정 전 비서관에 대해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한 뒤 영장의 발부 여부에 따라 소환 시기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정 전 비서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노 전 대통령을 소환하기보다는 1차 구속기간(10일) 동안 정 전 비서관을 상대로 충분한 여유를 두고 조사를 벌이는 데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2007년 6월 말 건네진 100만 달러와 2008년 2월 말 건네진 500만 달러에 정 전 비서관이 연루돼 있기 때문에 이 돈의 성격을 좀 더 명확하게 밝혀내기 위해서다. 검찰은 이 기간에 노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아니면 전직 대통령이라는 점을 감안해 불구속 수사할지를 검토한 뒤 소환을 통보할 것으로 보인다.

▽소환 방법과 예우 문제=다음 주에 노 전 대통령이 소환조사를 받을 때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까지 약 400km 거리를 올라오는 과정에서의 안전과 예우문제 등에 고심하고 있다. 1995년 전두환 전 대통령과 그를 호송했던 검찰 관계자들은 경남 합천군에서 서울로 올라오면서 불상사를 우려해 중간에 휴게소 화장실조차 들르지 못해 승용차 안에서 용변을 해결한 적이 있었다. 이번엔 김해시에서 서울까지 승용차로 6시간이나 걸린다. 이 때문에 노 전 대통령이 이른 아침에 출발한다고 해도 오후나 돼야 검찰 청사에 도착할 것이라는 점 등도 고려해야 한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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