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법무사법도 논의 중
변협, 강력 대응 움직임
변리사에게 특허 관련 소송의 대리권을 주는 변리사법 개정안이 20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서 통과됐다. 이 법안이 법제사법위원회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세무사법과 법무사법 등 변호사의 업무영역을 축소하는 다른 법률안들도 잇따라 통과될 가능성이 있어 변호사업계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국회 지경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한나라당 이종혁 의원이 발의한 변리사법 개정안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개정안은 현재 특허 심판만 대리할 수 있는 변리사들에게 민사소송인 특허침해소송 등 특허 관련 대부분의 소송을 대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개정안은 17대 국회에서도 소관 상임위를 통과하고 법사위에 상정됐지만 1년 이상 계류되다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 18대 국회 회기가 3년이나 남아 있어 자동 폐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장진영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은 “법사위 상정 및 본회의 통과를 막지 못하면 대한변협 임원 모두 총사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사들의 ‘밥그릇’을 위협하는 곳은 변리사단체뿐만이 아니다. 최근 세무사와 법무사들도 기존 변호사의 업무를 제한하거나 자신들도 맡겠다는 법안을 잇달아 내놓아 변호사 단체와 갈등을 빚고 있다. 자유선진당 이상민 의원은 최근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하는 조항을 폐지하는 세무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현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논의 중이다. 법무사에게 소액사건 재판 대리권을 주는 법안도 법무사법과 소액사건심판법으로 나뉘어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이에 대해 변협은 회원 변호사들의 세무사, 변리사 등록을 독려하기 위해 협회에서 일괄적으로 등록 대행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세무사회와 변리사회에 변호사들을 대거 가입시켜 변호사업계의 이익을 지키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 세무사, 변리사 등 유사 법조 영역을 변호사업계로 흡수 통합하겠다는 것이다. 김평우 변협 회장은 “최근 세무사법 변리사법 개정안은 폭넓은 경험을 갖춘 법조 전문인을 양성한다는 로스쿨 제도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2000만 원 이하의 소액사건을 변호사들이 50만 원 이내의 비용으로 서비스해 법무사의 법률 대리 요구에 맞서겠다”고 말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