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레저용 비행기’ 전도사 된 前공참총장

  • 입력 2009년 4월 22일 02시 57분


영원한 보라매 김상태 옹이 경기 여주군 가남면 승진항공비행학교 활주로에서 자신이 아끼는 이탈리아제 스토치 기종 초경량비행기를 선보이고 있다. 남경현 기자
영원한 보라매 김상태 옹이 경기 여주군 가남면 승진항공비행학교 활주로에서 자신이 아끼는 이탈리아제 스토치 기종 초경량비행기를 선보이고 있다. 남경현 기자
■ 여주 승진항공비행학교장 김상태 옹

《‘하늘을 가르는 영원한 보라매.’

17일 경기 여주군 가남면 승진항공비행학교(www.aviationclub.co.kr)에서 만난 비행학교장 김상태 옹(79)은 초경량 비행기의 조종간을 힘껏 움켜쥐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휴전 직후인 1953년 공사 2기 졸업, 1982년 공군참모총장, 1984년 예편, 2006년 대한민국 성우회장, 전투기 총비행시간 3500시간…. 현역 시절 스텔스 전투기를 제외한 모든 비행기를 체험했을 정도로 김 옹은 대한민국 공군의 살아 있는 역사다. 지금도 한 달에 수차례 초경량비행기 조종간을 잡는 그는 아직까지 비행에 대한 열정과 꿈을 버리지 않고 있다.》

전재산 털어 2005년 초경량비행학교 세워

“하늘 날면 마음 커져” 내달 1일 체험 행사

“예편 후에 뭘 할까 고민하다 해외를 다니다 보니 민간인 누구나 레저스포츠로 즐기는 초경량비행기가 눈에 들어왔어요. 남은 인생을 걸기로 했지요.” 그는 급기야 전 재산을 털어 비행장이 있는 학교를 만들기로 했다. 1992년 지금의 학교 자리 1만1000평의 땅을 구입한 것을 시작으로 10여 년 동안 돈이 마련될 때마다 비행장 공사와 비행기 구입에 쏟아 부었다. 이 같은 열정으로 2005년 승진항공비행학교에서 첫 비행이 이뤄졌고, 건설교통부에서 인가한 제1호 초경량비행학교가 됐다. 대당 3만 달러 안팎의 초경량비행기 8대와 퇴역한 제공호, T-37 훈련기, 320m에 달하는 활주로를 갖춘 국내 최대의 항공학교가 문을 연 것.

대한민국 공군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항공전시관도 갖췄다. 이미 50여 명의 초경량비행기 조종사를 배출했고, 매년 4번의 조종사 수료식을 열어 왔다. 경기 불황으로 비행인구가 줄어들면서 해마다 생기는 1억 원가량의 적자를 외면할 수 없어 올 1월부터 6월까지 한시적인 휴교 상태에 들어갔다.

그러나 김 옹은 최근에도 항공인으로서의 역할을 쉬지 않는다. 경기관광공사가 주최하는 ‘2009 국제레저항공전’의 고문으로 다시 한 번 파일럿의 대부 역할을 하고 있다. 다음 달 1일부터 5일까지 안산 시화호 일대에서 열리는 항공전은 직접 비행을 경험하고 비행기를 조립하며 모험심과 항공산업 전반을 체험할 수 있는 행사. “저 위(하늘)에서 보는 세상은 땅에서 보는 것과 달라요. 그래서 하늘을 꿈꾸고 경험하는 사람들은 자기 몸보다 100배는 큰 마음을 갖게 되는 겁니다.” 그런 이유에서 그는 이번 항공전이 어린이들에게는 꿈을 심어 주고, 어른들에게는 새로운 레포츠 체험과 자신감을 불어넣어줄 수 있는 공간이라고 평가한다.

“비행기 하면 전투기와 거대한 항공기를 연상하는데 세계적인 추세는 달라요. 이젠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스포츠이고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자리 잡았어요. 우리나라도 서둘러야 해요.” 세계 레저항공 시장은 32조8500억 원 규모. 신성장산업으로 주목받으며 이미 선진국들의 각축전이 시작됐지만 국내 시장은 이 중 0.8%(2673억 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지금 사는 집도 서울 대방동 옛 공군회관 터에 들어선 아파트예요. 죽을 때까지 공군과 비행기 주변을 지켜야죠.”

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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