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비방 사과” 아고라 글 알고보니…

  • 입력 2009년 4월 22일 02시 57분


21일 포털사이트 다음의 토론게시판인 ‘아고라’에 올라온 누리꾼 A 씨의 사과문. A 씨는 노노데모 회원들을 비방한 혐의로 고소당하자 노노데모가 고소를 취하하는 대신 사흘 동안 총 27건의 사과문을 게재하기로 했다. 다음 아고라 화면 캡처
21일 포털사이트 다음의 토론게시판인 ‘아고라’에 올라온 누리꾼 A 씨의 사과문. A 씨는 노노데모 회원들을 비방한 혐의로 고소당하자 노노데모가 고소를 취하하는 대신 사흘 동안 총 27건의 사과문을 게재하기로 했다. 다음 아고라 화면 캡처
올초 ‘쇠고기시위 반대 단체’ 비난한 누리꾼

고소 취하 받는 조건으로 사과문 27건 올려

“올해 초 과격불법 촛불시위반대 시민연대(노노데모) 회원분들에게 모독을 느끼는 단어 혹은 상황을 묘사해 글을 게재하였습니다. 글을 올리면서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막연히 노노데모를 지칭해 모욕감을 준 표현으로 인해 회원분들이 정신적인 모욕감을 느끼게 한 점을 사과드립니다. 아울러 이 시간부로 노노데모 카페에 대한 언급을 안 할 것을 약속드리며 재발 방지를 위한 사과문을 게재합니다.”

21일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는 누리꾼 A 씨의 사과문이 올라왔다. A 씨는 20일부터 22일까지 자유토론, 정치, 경제게시판에 각각 하루에 3번씩 총 27건의 사과문을 올리고 노노데모 운영진에 사과문이 올라간 인터넷 주소를 e메일로 보내고 있다.

A 씨가 이렇게 사과문을 올리고 ‘숙제 검사’까지 맡게 된 것은 노노데모를 일방적으로 비방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기 때문. 노노데모는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 근거 없이 노노데모를 비방하는 글을 올린 ID 60개를 찾아내 지난달 5일 해당 누리꾼 53명을 모욕 및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노노데모와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시민이 아니라 간첩이나 테러리스트겠지” “속은 쥐똥냄새가 폴폴 풍기는 집단” “푼돈에 더러운 목숨 건 매국노” 등의 글을 올려 노노데모 회원의 명예를 훼손하고 모욕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53명 가운데 혐의가 있는 16명을 조사 중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A 씨가 고소 취하를 조건으로 사과문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A 씨는 일본에서 회사원으로 근무하고 있어 조사를 받으려면 귀국해야 한다. 경찰은 A 씨의 불편함을 고려해 A 씨가 사과문을 쓰고 대신 노노데모는 고소를 취하하는 쪽으로 조정을 했고 양측이 이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황을 모르는 일부 누리꾼들은 A 씨가 올린 사과문에 대해 “재미있네.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것이 눈에 보여요” “(자작극이) 역겹다”는 등 댓글을 올리기도 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 동아닷컴 인기기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