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대법원장은 21일 충남 천안시 상록회관에서 열린 전국 법관워크숍에 참석해 “국민의 신뢰 없이 사법부의 독립을 외치는 것은 독선으로 비칠 수 있다”며 “신뢰 회복을 위해 이번 일(신영철 대법관의 재판 개입 논란)을 긍정적으로 승화시키자”고 말했다.
당초 워크숍에 참석할 계획이 없었던 이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워크숍이 열린 천안으로 내려가 점심식사 자리에 참석했다. 이 대법원장은 대법원과 일선 법원 사이의 원활한 의사소통 등을 강조하며 “사법부의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법원장은 신 대법관의 재판 개입 논란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는 “할 말이 없다”며 언급을 피했다.
각급 법원을 대표하는 75명의 판사들이 참가한 이번 워크숍은 신 대법관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자 관련 재판에 개입했다는 논란에 따른 법원 내 혼란을 수습하고 개선책을 모색하기 위해 20, 21일 이틀 동안 열렸다.
참석 법관들은 △사법행정권 한계와 행사 방법 △인사제도 개선 등 2가지 주제로 나눠 토론을 벌인 결과 몇 가지 개선책을 마련했다. 우선 형사수석부장판사 등 법원 지휘부가 임의로 사건을 배당하는 ‘배당 예규’를 수정 또는 폐지하고, 사법행정권의 범위와 한계를 규정하는 예규나 사례집을 발간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또 재판 독립 침해에 대처하는 기구를 만들자는 데도 대체로 의견 일치를 봤다.
그러나 신 대법관의 거취 문제를 안건으로 상정할지에 대해서는 찬반양론이 팽팽히 엇갈려 결국 논의하지 못했다.
한편 대법원은 쇠고기 시위 관련 재판 중 3건이 신 대법관이 소속돼 있는 대법원 3부로 배당됐으나 이 가운데 신 대법관이 주심을 맡은 전기통신기본법 위반 사건을 대법원 1부로 다시 배당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2건 가운데 1건은 “신 대법관에게 재판을 받지 않겠다”며 피고인이 기피신청을 했으나 아직 결정이 나지 않았고 다른 1건은 여전히 대법원 3부에 계류 중이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