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은 21일 자신의 홈페이지 ‘사람 사는 세상’에 ‘저의 집 안뜰을 돌려주세요’라는 글을 올렸다. 이번에 올린 글은 사저 주변에서 취재 중인 언론에 대한 호소문 성격이다.
노 전 대통령은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갈 수 없기 때문에 저의 집은 감옥”이라며 “안마당에서 자유롭게 걸을 수 있는 자유, 걸으면서 먼 산이라도 바라볼 수 있는 자유를 돌려달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신문과 방송에 대문짝만 하게 나올 사진이 두려워 아이들도 친척들도 친구들도 아무도 올 수가 없다”며 “저의 불찰에서 비롯된 일이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불평할 처지는 아니지만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사생활은 소중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24시간 (기자들이 사저를) 들여다보고 있는 모양이다. 어제는 아내가 우산을 쓰고 마당에 나갔다가 찍혔다”며 “방 안에 있는 모습이 나온 일도 있다고 해 커튼을 내려놓고 살고 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먼 산을 바라보고 싶을 때가 있는데 사자바위 위에서 카메라가 지키고 있으니 산봉우리를 바라볼 수조차 없다”면서 “이렇게 하는 것은 사람에게 너무 큰 고통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취재 중인 사진기자 등 20여 명은 이날 주민들과의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기 위해 그동안 촬영해왔던 봉화산 사자바위와 봉화산 밑 사유지 과수원 등 2곳에서는 촬영을 하지 않기로 했다. 그 대신 노 전 대통령의 사저에서 100m가량 떨어진 한 곳에서만 촬영을 계속하기로 했다.
김해=윤희각 기자 to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