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활동비, 영수증 필요없는 ‘묻지마 예산’

  • 입력 2009년 4월 22일 02시 58분


■ 정상문이 빼돌린 ‘특수활동비’란

특수활동비는 어떻게 사용했는지가 전혀 드러나지 않는 정부 예산이다. 특수활동비를 사용하는 경우 영수증을 첨부할 필요가 없으며 사용자가 서명을 하고 받아가 현금으로 쓰는 것도 가능하다. 이같이 ‘특수하게’ 쓰이는 예산이기 때문에 국가정보원을 비롯해 대통령실, 검찰, 경찰, 국방부 등 수사나 보안, 국방과 관련된 부처에 주로 배당된다.

올해 정부 각 부처의 특수활동비 예산을 모두 합하면 8624억 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4860억 원을 국정원이 가져갔다. 국정원 예산은 전체가 특수활동비로 책정된다. 이어 국방부가 1640억 원, 경찰청 1269억 원 순이다. 대통령비서실의 경우 노무현 정부 때인 2006, 2007년에 각각 108억여 원이었다.

하지만 특수활동비는 국회가 새해 예산을 편성할 때마다 논란의 대상 ‘1순위’에 오른다. 사용처나 사용 목적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아 야당이나 반정부 인사 감시, 정치권 정보 수집 등 정권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지난해 말 2009년도 예산 편성 당시에도 정부는 세계적인 경제난 등을 이유로 들며 정부 경비를 10% 삭감하겠다고 했지만 특수활동비는 오히려 115억 원이나 늘려 논란이 일었다. 노무현 정부에서도 취임 첫해 5975억 원이던 특수활동비가 2007년에 8131억 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어느 정부가 들어서든 특수활동비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것은 공개하지 않고 어느 곳에나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특성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특수활동비는 주로 사용처를 공개하기 어려운 곳에 쓰이고 있기 때문에 어디에 쓰였는지가 알려지면 정부의 도덕성에 상처를 입힐 개연성을 안고 있다는 얘기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