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있지만 유권자는 없는 이상한 선거다.” “첫 주민직선제지만 실제로는 간선제와 비슷하다.”
경북도교육감 보궐선거(29일)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세 후보 캠프에서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같은 날 열리는 경주 국회의원 재선거는 과열 양상인 데 비해 도교육감 선거는 좀체 분위기가 뜨지 않기 때문이다. 한 후보의 선거참모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공약도 유권자들의 관심이 높아야 먹히는데 지금처럼 바람이 불지 않아서는 공약 개발도 맥이 빠진다”고 아쉬워했다.
이 때문에 후보들은 판세 분석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어정쩡한 상황에서도 각자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후보들은 도내 곳곳을 다니며 얼굴을 알리면서도 ‘속셈’은 따로 있다. 막연하게 일반 유권자를 대상으로 선거운동을 하면 실속이 없다는 계산에 따라 적극적인 투표층을 겨냥하는 맞춤형 선거운동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겉으로는 직선, 속으로는 간선’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후보들이 공통적으로 판단하는 투표층은 경북의 교직원 3만 명과 전현직 학교운영위원 1만여 명, 학부모 40만 명. 여기다 경주 재선거에 따른 일반 유권자들의 표심이 주요 공략 대상이다.
김철 후보(58)는 교육자치시대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초중등 교사 경력에 행정고시를 통한 풍부한 교육행정 경험을 바탕으로 경북 교육을 반듯하게 만들겠다는 자신감을 내세운다. 김 후보는 “이제 지역의 좁은 테두리를 벗어나 전국적인 시각에서 경북 교육을 진단해야 하고 그 가운데 교육감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며 “교육감도 집무실을 벗어나 적극적으로 교육 재정을 늘리는 일을 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유진선 후보(49)는 기존의 구조를 과감하게 바꾸는 시도가 없으면 경북 교육의 도약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적임자론’을 편다. 실제 대학을 설립하고 운영하면서 겪은 절박한 심정으로 경북 교육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유 후보는 “누구나 변화와 개혁을 주장하지만 기존의 틀에 얽매여 있는 상태에서는 불가능하지 않겠느냐”며 “경북 교육에 새바람을 불어넣으려면 세상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절감하는 후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영우 후보(63)는 교육현장을 꿰뚫고 있는 전문가가 경북 교육을 지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당장의 인기 영합적인 교육정책을 남발하는 것은 학교 현장에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을 경계했다. 이 후보는 “학부모들이 마음 놓고 자녀를 맡기고 교직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교육을 할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 교육현장의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며 “35년 동안 경북 교육을 위해 쌓은 경험과 경륜을 발휘해 경북 교육의 미래를 설계하겠다”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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