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가 100일간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지만 실체는 없었습니다.”
‘시대정신’(이사장 안병직)이 22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연 ‘광우병 파동의 재조명: 거짓과 광기의 100일’ 토론회에서 안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지난 대선에서 현재 야당에 투표한 사람들의 서운함과 공허함 등 이념적 갈등이 시위의 핵심 배경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주제 발표자와 토론자들은 최근 출간된 ‘광우병 촛불시위 추적보고서’(시대정신)를 토대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를 비판했다.
사회를 맡은 안세영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5월에는 광우병 공포로 떠들썩했지만 지금은 미국산 쇠고기가 시중에서 문제없이 유통된다”라며 “진실이 무엇인지 밝혀야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재교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부 법률전문가는 헌법 1조와 저항권을 연결해 ‘국민의 의사에 따르지 않는 정부를 뒤엎을 수 있다’고 선동했다”며 “저항권은 헌정 질서가 무너질 때만 쓸 수 있는 최후의 권리로 이를 근거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위반할 수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비민주 정권을 상대로 민주화를 쟁취하려고 한 1987년 6월 민주항쟁과는 달리 이번 시위는 민주화된 정권의 특정한 정책에 대한 반대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홍진표 시대정신 이사는 “1년 전 집회에 적극 참여한 학자와 시민운동가들이 이제 광우병 위험의 과장·왜곡에 관한 논의는 하지 않으려 한다”며 “6월 말 이후 반정부 투쟁 자체가 목적인 단체들이 집회를 주도함에 따라 본래 주제와 멀어졌다”라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최홍재 공정언론시민연대 사무처장은 “MBC ‘PD수첩’ 방송 후 광우병 공포가 급속히 퍼진 것처럼 영향력이 큰 방송과 인터넷 포털 사이트가 왜곡된 정보를 전하면 막을 길이 없다”고 말했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가 사실과 합리성에 기반하진 않았지만 민주시민으로서 자기를 표현하는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긍정적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