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어 8만여마리 방류
“은어(銀魚)야, 무럭무럭 자라서 돌아오렴.”
20일 충북 옥천군 동이면 청마리 대청호 상류. 이 지역 어민 20여 명이 몸길이 5cm가량의 새끼 은어를 조심스럽게 물속으로 흘려보냈다. 이날 방류된 새끼 은어들은 모두 8만여 마리. 경북 포항의 한 양어장에서 인공수정돼 길러진 것들이다.
은어는 바다와 강을 오가는 회귀성 어종으로 동해와 남해에 맞닿은 강과 하천에 주로 서식한다. 섬진강과 낙동강, 남대천 등이 주요 서식지다. 그런데 대청호와 금강이 둘러싼 내륙인 이곳에서 벌써 10여 년째 은어 새끼를 풀어 넣고 있다. 이는 은어가 육지에 정착(육봉화·陸封化)하면서 이곳이 은어 서식지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충북도내수면연구소는 1997년 옥천군 청성면 대청호에 300만 개의 은어 수정란을 풀어 넣었는데 이 가운데 일부가 살아남아 금강 유역에 정착했다. 수정란에서 부화된 치어는 12월 초 대청호에서 겨울을 지낸 뒤 이듬해 봄 금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들 은어가 2004년부터 대청호와 금강 유역에서 조금씩 잡히기 시작하더니 이듬해부터 수가 급격히 늘었다.
옥천읍내를 가로지르는 금구천에서 길이 20cm의 은어가 떼 지어 헤엄치는 모습이 발견됐고, 금강 수계인 옥천군 청성면 일대에서도 대량서식이 확인됐다. 이후 충북도와 옥천군은 이 일대를 전국 최대 은어 특산단지로 만들기 위해 해마다 2000만∼3000만 개의 은어 수정란과 치어를 풀어놓고 있다. 지역 어민들도 산란기 은어 포획을 금지하고 자율감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옥천군 관계자는 “이대로 가면 조만간 한해 100t가량을 잡아 올리는 전국 최대의 은어 어장이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군(郡)은 은어를 이용한 훈제와 포, 찜 등 다양한 가공식품을 개발 중이며 은어축제 등 다양한 행사도 열 계획이다.
은어는 9, 10월 부화한 뒤 바다에 내려가 겨울을 나고 이듬해 봄 다시 자신이 태어난 하천으로 돌아온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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