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복을 입은 황인, 백인, 흑인들이 머드(진흙)탕으로 슬라이딩한다. 그 순간 모든 인종의 피부색깔은 하나로 변한다. 인근 머드 교도소와 머드 극기 훈련장에도 머드 범벅이 돼 얼굴마저 분간할 수 없는 관광객들이 넘쳐난다. 인종도, 지위의 높고 낮음도 없다. 오직 환호성을 지르는 ‘머드족’만 있을 뿐이다.
매년 7월 충남 보령시 대천해수욕장을 달구는 보령머드축제의 광경이다. 보기만 해도 신바람이 절로 나는 이 축제 열기는 올여름부터 중국 해안도 뜨겁게 달군다. 보령시는 7월 하순부터 50일간 중국 랴오닝(遼寧) 성 다롄(大連) 시의 진스탄(金石灘) 해수욕장에서 ‘국제머드축제(중국머드축제)’를 열기로 했다고 23일 밝혔다.
중국머드축제가 성사되면 사상 첫 ‘축제 수출’ 사례로 기록된다. 국내에는 1000여 개의 축제가 열리고 있지만 소모적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보령머드축제 기획에 참여한 배재대 정강환 교수(관광경영학)는 “한국 축제의 첫 외국 수출이고 일종의 문화 수출이라는 점에서 의미 깊고 기념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브라질의 리오 카니발 축제(삼바축제)는 한국과 일본 등으로 축제를 수출하면서 의상 수출 수익만 수십억 원씩 올리고 있다”며 “축제를 국가 수출 전략의 하나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령시는 당초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타모니카 해변에서 올여름 세미 머드축제를 열 계획이었으나 현지 여건이 안 맞아 취소한 뒤 중국으로 발길을 돌렸다. 정 교수는 “지난해 11월 중국 칭다오(靑島)에서 열린 축제 진흥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보령머드축제의 성공 요인을 발표했다”며 “당시 해안 개발에 부심하고 있는 다롄 시와 칭다오 등이 큰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중국 머드축제는 한국과 프랑스 화장품을 수입해 중국에서 판매하고 보령시와도 머드화장품 총판계약을 체결한 다롄양광전기발전 유한공사에서 주관한다. 유한공사가 16억 원을 들여 행사 기획, 준비, 진행을 전담하고, 보령시는 머드원료(분말) 20t(1억 원어치)과 축제 노하우 등을 제공한다. 16일 신준희 보령시장과 김애순 유한공사 대표가 이를 위한 협약을 맺었다. 유한공사는 진스탄 해수욕장 13만 m²를 임대하고 에어바운스를 이용해 머드탕, 머드 슬라이드 등 15종 내외의 체험시설을 설치 운영한다. 축제장에는 보령시와 충남도 특산품 전시판매장도 마련된다. 다롄 시는 1만2500km² 면적에 한국 교민 4만 명을 포함해 540만 명이 살며 기후는 한국과 비슷하다. 진스탄 해수욕장은 중국 해양국에서 선정한 15대 해수욕장으로 중국 북부에서 가장 크다.
신 시장은 “다롄 시를 보령머드축제 글로벌화의 첫 교두보로 삼아 중국 전역 외에 다른 국가로도 축제 수출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머드화장품의 판매로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고 머드축제의 본고장인 보령시의 외국인 관광객을 늘리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보령=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보령머드축제
충남 보령시 신흑동 대천해수욕장에서 매년 7월 머드 마사지, 머드 슬라이딩 등 모두 58개의 프로그램으로 열린다. 1998년 시작돼 지난해 10회를 맞은 이 축제는 지난해와 올해 연이어 대한민국 대표 축제로 선정됐다. 지난해에는 외국인 10만 명을 포함해 200만 명이 찾아 540억 원의 지역경제 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