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얼마나 청렴했으면… 생계형 범죄”

  • 입력 2009년 4월 24일 03시 02분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오른쪽)이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의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하고 나오면서 김경수 비서관과 심각한 표정으로 얘기를 나누고 있다. 김해=연합뉴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오른쪽)이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의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하고 나오면서 김경수 비서관과 심각한 표정으로 얘기를 나누고 있다. 김해=연합뉴스
■ 盧측근들 ‘궤변 옹호’

조기숙 “박연차게이트 수사는 명백한 정치보복”

유시민 봉하마을 찾아… “검찰, 졸렬한 모욕주기”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가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의 ‘박연차 게이트’ 연루 사건을 ‘생계형 범죄’라며 노 전 대통령을 적극 옹호했다.

조 교수는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와 조카사위 연철호 씨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각각 100만 달러와 500만 달러를 받은 것으로 드러난 데 대해 “언론은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과 같은 선상에 놓고 보도를 하는데, ‘생계형 범죄’에 연루된 사람을, 권력을 동원한 ‘조직적 범죄’를 진두지휘한 사람과 같다고 말하는 것은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또 “엄연히 가족이라 하더라도 독립된 인격체”라며 “도덕적 책임을 느끼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가족의 일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이 법적으로 책임질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노 전 대통령의 친구인 정상문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이 공금 횡령 혐의로 구속된 데 대해서는 “노 전 대통령이 얼마나 재산이 없고 청렴했으면 참모가 안타까운 마음에 그런 일을 했겠느냐”며 “나도 정말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이 22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도덕도, 민주주의도, 정의도 말할 자격을 잃었다’고 쓴 데 대해서도 “양심과 결벽을 생명으로 여기고 살아오신 분이기 때문에 최측근 비서관이 횡령 혐의로 구속된 것에 대해 너무나 큰 자책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현재 검찰 수사는 ‘먼지 날 때까지 털겠다’는 먼지털이식 수사이자 명백한 정치 보복으로 전임 대통령과 그를 지지했던 국민에 대한 모욕이자 도전”이라며 “조직적 범죄도 아닌데 마치 큰 범죄인 양 검찰이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윤상현 대변인은 “노 전 대통령이 재임 내내 강조했던 ‘반칙과 특권 없는 사회’가 이런 사고방식을 뜻하는 것이었느냐”고 반문했다.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노 전 대통령의 공과 과는 있는 그대로 역사에 남겨놓고 퇴장하는 것이 노 전 대통령을 돕는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386 원외 위원장은 “생활고로 벼랑 끝에 내몰린 서민들이 ‘생계형 범죄’ 운운하는 말에 공감할지 의문”이라며 “노 전 대통령 주변 인사들의 궤변에 대해서는 대꾸하기도, 생각하기도 싫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홍보수석 재임 때 “대통령은 21세기에 계시는데 국민은 독재시대의 지도자와 문화에 빠져 있어 소통이 안 된다”는 등의 발언으로 잦은 논란을 일으켰다.

한편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으로 불리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 전 대통령 내외와 오찬을 함께했다. 유 전 장관은 21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검찰 수사는 이명박 정권의 전임 대통령 모욕 주기 공작”이라며 “전쟁포로라 할지라도 적장에게 이토록 졸렬한 방법으로 모욕을 줘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