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반짝반짝 사랑을 닦아요”

  • 입력 2009년 4월 24일 06시 55분


구두미화원 모임 ‘일송회’ 난치병 어린이 돕기 30번째 행사

22일 오전 9시 충북 청주 번화가인 성안길의 SC제일은행 앞. 자줏빛 조끼를 입은 30대 초반∼60대 중반의 남자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천막을 설치하고 의자를 가지런히 놓은 이들은 검지와 중지에 하얀색 천을 돌돌 감아 매기 시작했다. 의자 옆에 놓인 작은 통에서 구두약을 꺼내 먼지 묻은 손님들의 구두에 번쩍이는 광을 내는 이들의 입가에는 연방 미소가 번졌다.

충북 청주지역 구두 닦는 사람들(구두 미화원)의 모임인 일송회(회장 반병철). 1980년 11월 ‘소나무처럼 한결같이 살고 남을 돕자’는 취지로 모인 이 단체는 이날 30번째 일일모금 행사를 열었다. 암으로 투병 중인 김모 양(5)을 돕기 위해 40여 명의 회원이 가게 문을 닫고 힘을 모은 것. 김 양은 가족 없이 사회복지시설에서 살고 있는데 지난해 3월 소아암의 일종인 신경모세포종으로 진단 받아 치료를 받고 있다. 이날 현장에서는 플래카드를 보고 많은 시민들이 정성을 모았다. 정우택 충북도지사와 남상우 청주시장 등도 동참했다.

일송회의 난치병 어린이 돕기는 1994년부터 시작됐다. 백혈병과 심장병 등을 앓고 있는 어려운 형편의 어린이들을 위해 날을 잡아 온정을 모으고 있다. 이 밖에도 연말이면 다달이 모은 성금으로 쌀과 연탄 등을 사 불우이웃들에게 전달하고 소년소녀가장에게 매달 생활비도 보태주고 있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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