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이 사람/차축제 준비 이기영씨

  • 입력 2009년 4월 24일 07시 25분


“귤잎… 찔레꽃… 제주茶의 주인공은 야생초”

감귤잎, 뽕잎, 쑥, 단풍잎, 냉이, 찔레꽃, 매화꽃, 국화꽃, 수선화, 겨우살이….

제주 자생 야생초를 차로 만든 ‘효월 수제차’로 유명한 이기영 씨(45·사진). 지리산에서 차를 만들다 2004년 제주시 애월읍 화전마을인 ‘솔도’에 정착해 야생초에 빠졌다. 야생초에서 고급스러운 녹차 못지않은 향과 깊은 맛을 찾아냈다.

이 씨는 내년 ‘제주 야생초 제다(製茶) 페스티벌’을 준비하고 있다. 녹차 외에도 제주들판과 오름(기생화산의 제주말)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 야생초로 차를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줄 계획이다. 그는 동의보감과 본초강목 등 옛 문헌을 근거로 야생초로 차를 만들었다.

이 씨는 “야생초 향이나 맛이 강하면 부드럽게 만들고, 향이 없으면 향을 만들어냈다. 야생초는 훌륭한 차의 원료다. 중국이나 일본, 대만에서 들여온 차에 뒤질 게 없다. 제주에서 열리는 차 축제의 주인공은 해외 녹차가 아니라 야생초가 돼야 한다. 제주의 화산회토와 해풍 등이 특별한 야생초를 탄생시킨다. 쑥이라도 육지에서 나는 쑥과 제주의 쑥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 씨는 1988년 녹차(덖음차) 제다에 입문한 뒤 지리산 화개골 등에서 차를 만들었다. 아홉 번 찌고 말리는 전통 제다법인 ‘구증구포 방식’을 재현했다. 400도가 넘는 고온에서 덖음 과정을 거치는 것이 그의 제다 특징. 연꽃으로 만든 백련꽃차를 처음 내놓았다.

이 씨는 차를 대중화하기 위해 해마다 사비로 10여 차례 제다시연과 강연을 한다. 이 씨는 “앞으로 차 시장에서 야생초가 차지하는 부분이 확대되고 제주 야생초가 그 중심에 있을 것이다”며 “야생초 제다비법을 전수할 수 있는 전수관 건립과 제주 야생초 제다 페스티벌에 주위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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