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잎, 뽕잎, 쑥, 단풍잎, 냉이, 찔레꽃, 매화꽃, 국화꽃, 수선화, 겨우살이….
제주 자생 야생초를 차로 만든 ‘효월 수제차’로 유명한 이기영 씨(45·사진). 지리산에서 차를 만들다 2004년 제주시 애월읍 화전마을인 ‘솔도’에 정착해 야생초에 빠졌다. 야생초에서 고급스러운 녹차 못지않은 향과 깊은 맛을 찾아냈다.
이 씨는 내년 ‘제주 야생초 제다(製茶) 페스티벌’을 준비하고 있다. 녹차 외에도 제주들판과 오름(기생화산의 제주말)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 야생초로 차를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줄 계획이다. 그는 동의보감과 본초강목 등 옛 문헌을 근거로 야생초로 차를 만들었다.
이 씨는 “야생초 향이나 맛이 강하면 부드럽게 만들고, 향이 없으면 향을 만들어냈다. 야생초는 훌륭한 차의 원료다. 중국이나 일본, 대만에서 들여온 차에 뒤질 게 없다. 제주에서 열리는 차 축제의 주인공은 해외 녹차가 아니라 야생초가 돼야 한다. 제주의 화산회토와 해풍 등이 특별한 야생초를 탄생시킨다. 쑥이라도 육지에서 나는 쑥과 제주의 쑥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 씨는 1988년 녹차(덖음차) 제다에 입문한 뒤 지리산 화개골 등에서 차를 만들었다. 아홉 번 찌고 말리는 전통 제다법인 ‘구증구포 방식’을 재현했다. 400도가 넘는 고온에서 덖음 과정을 거치는 것이 그의 제다 특징. 연꽃으로 만든 백련꽃차를 처음 내놓았다.
이 씨는 차를 대중화하기 위해 해마다 사비로 10여 차례 제다시연과 강연을 한다. 이 씨는 “앞으로 차 시장에서 야생초가 차지하는 부분이 확대되고 제주 야생초가 그 중심에 있을 것이다”며 “야생초 제다비법을 전수할 수 있는 전수관 건립과 제주 야생초 제다 페스티벌에 주위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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