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그 골목엔 뭔가 있다]<21>청계천 수족관 상가

  • 입력 2009년 4월 27일 02시 58분


눈은 즐겁고 주머니 부담은 뚝
황·금·어·장

마리당 수백원 ‘구피’부터 수백만원 호가 ‘금룡’까지

원하는 수족관 맞춤 제작…대형 마트보다 20% 저렴

40여 년 전, 서울 청계천에 자리 잡은 동대문극장 주변에는 금붕어를 팔던 노점상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청계천을 따라 흐르는 시냇물과 금붕어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들기에 충분했고, 청계천이 콘크리트 구조물로 뒤덮이기 전까지 이곳은 금붕어를 사고파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2005년 다시 청계천에 물이 흐르면서 금붕어를 팔던 상인들도 제자리로 돌아왔다.

○ 1968년부터 형성돼

서울 지하철 1, 6호선 동묘앞역 6번 출구로 나와 청계7가 방향으로 100m가량 걷다 보면 청계천 다산교가 등장한다. 다산교 오른쪽이 바로 다양한 관상어와 수족관을 판매하는 가게가 몰려 있는 ‘청계천 수족관 상가’ 골목. 청계천을 따라 50m가량 이어진 도로에 수족관 가게 60여 곳이 늘어서 있다.

종로구에 따르면 수족관 상가가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1968년. 이후 동대문운동장과 동대문상가로 자리를 옮겼던 수족관 상가는 2005년 청계천 일대로 돌아왔다. 정택윤 청계천수족관협의회 회장은 “당시 청계천에 흐르던 시냇물의 이미지와 금붕어가 잘 어울려 자발적으로 상인이 모여들었다”며 “현재 60여 곳의 수족관 가게가 성업 중이며 관상어부터 수족관까지 물고기와 관련된 모든 것을 청계천 수족관 상가에서 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크기의 수족관과 어항 그리고 형형색색의 관상어가 있는 수족관 거리를 찾는 시민들의 발걸음은 꾸준하다.

○ 세상의 모든 물고기가 이곳에

수족관 거리에는 금붕어부터 해수어까지, 모든 종류의 관상용 물고기가 있다. 관상용 가운데는 알을 낳지 않고 새끼를 낳는 태생어가 가장 인기가 많은 편이다. 특히 인기 어종인 ‘구피’의 경우 마리당 1000원 미만의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이곳에서만 20년째 가게를 운영 중인 한성찬 씨(49)는 “대형 마트에 비해 평균 20%가량 저렴한 것이 특징”이라며 “마리당 500원인 ‘구피’부터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금룡’까지 다양한 어종을 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매력은 어항, 물고기, 수초, 필터까지 한꺼번에 구입할 수 있고 ‘나만의 수족관’을 꾸밀 수 있다는 점이다. 30cm 높이의 수족관은 6만∼10만 원 선이며, 고객이 원하는 액수와 조건에 맞춰 물고기와 수중 필터 등을 포함한 수족관 일체를 제작해 준다. 정 회장은 “가정용 수족관 및 어항은 물론이고 횟집 등에서 사용하는 식용 수조까지 제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볼거리가 가득한 곳이지만 인도가 좁은 데다 도로가 항상 붐비는 게 다소 불편한 점이다. 여기에 상인들은 “청계천 산책로에서 수족관 거리 쪽인 창신동 방향으로 올라오는 계단이 없다 보니 청계천을 찾은 관광객들이 쉽게 찾아오지 못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종로구는 최근 상가 간판을 통일된 디자인으로 바꾸는 등 수족관 거리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고 나섰다. 종로구 주요택 관광과장은 “6월 열리는 종로·청계관광특구 행사에서 수족관 거리를 홍보하는 등 우리나라 수족관 관련 용품 시장의 효시인 이곳을 많은 시민이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뉴타운으로 인한 개발 논란 역시 고민거리다. 한 수족관 가게 주인은 “뉴타운 개발이 추진된다고 하지만 이 지역은 상업지역이라 쉽게 재개발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며 “그러나 개발로 인해 전통을 가진 이 거리가 사라질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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