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달동안 집회 30건뿐
불법시위를 방지하고 평화시위를 장려하기 위해 설치한 ‘평화시위구역’이 4개월째 시범 운영되고 있지만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전국 7개 시범지역에서 열린 집회 및 시위는 단 30건에 불과했기 때문.
○ 인기 없는 평화시위구역
경찰청이 27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1월 1일부터 4월 24일까지 시범운영 4개월 동안 평화시위구역에서는 △여의도 문화마당 3건 △부산 사직실내체육관 앞 광장 1건 △대구 2·28기념중앙공원 19건 △인천 중앙공원 1건 △광주 광주공원 아랫 광장 4건 △대전 서대전 시민공원 2건 등 총 30건의 집회만 열렸다.
이는 평화시위구역이 위치한 자치구 관내에서 같은 기간에 발생한 전체 집회 건수의 4.9%에 불과했다. 자치구별로 보면 △서울 영등포구 1.2%(전체 239건) △부산 동래구 3.2%(31건) △대구 중구 15.4%(123건) △인천 남동구 1.8%(54건) △울산 남구 0%(114건) △광주 남구 16.6%(24건) △대전 중구 10.5%(19건)였다. 평화시위구역이 인근에 있어도 이곳을 선호하지 않는 셈이다.
광역자치단체의 전체 집회와 비교하면 더욱 낮다. 광역자치단체별로 보면 △서울 0.1%(전체 2222건) △부산 0.2%(461건) △대구 5.1%(367건) △인천 0.3%(275건) △울산 0%(199건) △광주 2.2%(178건) △대전 1.4%(137건)로 전체 집회 3839건 가운데 평화시위구역에서 열린 집회는 0.7%에 불과했다.
시범운영에 든 예산은 총 1억3185만여 원. 무대설치 1140만 원 등 1440만 원이 쓰인 울산역 광장에서는 단 한 건의 집회도 열리지 않았다. 여의도 문화마당은 조립식 무대, 전기시설비 등 1억700만여 원이 들었지만 여기서 열린 집회는 단 3건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문화마당에 설치된 시설은 평화시위구역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공공기관 등의 문화행사에도 사용되고 있으며, 애초에 서울시와 협의해 예산을 쓴 것”이라고 해명했다.
○ 평화시위구역 찬반 논란
평화시위구역의 이용률이 낮아 존폐를 놓고 찬반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28일 경찰은 “평화시위구역 8곳을 지정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시범운영한다”고 밝혔지만 당시에도 헌법에 보장된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통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또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은 연극인의 반발로 당초 시범지역에서 제외되는 등 평화시위구역 장소 지정을 놓고도 말이 많았다.
경찰은 일단 6월까지 평화시위구역을 시범운영한 뒤 정식운영을 검토할 계획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1∼3월은 특히 시위가 없는 휴한기다. 6월까지 시범 운영해본 뒤 결과를 분석해 확대 운영할지 폐지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호 동국대 교수(경찰행정학)는 “지난해 쇠고기 수입반대 시위처럼 도심에서 불법 시위를 일삼는 일부 단체 때문에 만든 궁여지책”이라며 “그러나 불법시위에는 단호히 대처해 평화적인 집회문화가 정착되면 집회 장소를 자율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서보학 경희대 교수(법학)는 “불법시위 방지 목적으로 특정 장소에서만 집회를 하라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며 “집회는 많은 사람에게 자신의 의사를 알리기 위한 것인데 외딴 곳을 집회 장소로 지정한 것은 집회를 하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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