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아니다” “모른다” 답변 따라 추가 신문키로
“자백 받기는 어려울것”…추궁대신 진술 받는데 초점
“준비는 다 끝났다. 이제 최종 검토를 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을 하루 앞둔 29일 브리핑에서 홍만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기획관은 이렇게 말했다. 수사팀이 며칠 밤을 새워가며 만든 200여 개의 신문사항은 노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를 입증하려는 검찰 수사의 ‘결정체’다.
수사팀이 만든 신문사항은 단순한 ‘질문-답변’ 형식이 아니다. 검찰의 신문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이 내놓을 답변을 예상한 다음 각각의 경우에 따른 추가 신문사항을 미리 만들어 놓았다고 한다. 예를 들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100만 달러를 요구한 사실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이 △그렇다 △아니다 △답할 수 없다 △기타(모호한 답변) 등으로 대답하는 경우를 모두 가정해 각각의 답변에 대한 추가 질문을 만드는 방식으로 신문사항을 구성했다는 것이다. 홍 기획관은 “(노 전 대통령이) A라고 답하면 B로 간다, C라고 답하면 D로 간다는 식으로 (신문사항이) 구성돼 있다”고 밝혔다.
검찰이 이렇게 다른 피의자들을 조사할 때보다 몇 배의 공을 들여 신문사항을 세밀하게 만든 것은 노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하는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이 오후 1시 반에 출석할 예정이어서 실제 조사할 수 있는 시간은 10시간 남짓에 불과한 상황이기 때문. 검찰은 1995년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을 조사할 때도 이런 방식으로 질문을 구성했다고 한다. 특히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답변을 거부하거나 모호하게 답변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에 세부적인 추가 질문을 집중적으로 만들어 놓았다고 한다. 정중하게 조사하되, 노 전 대통령이 ‘빠져 나갈 여지’를 차단하기 위해 촘촘한 그물망을 짜놓았다는 얘기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을 다그치는 방식으로 신문사항을 만들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노 전 대통령이 수차례 직간접으로 자신의 혐의를 부인한 만큼 추궁해서 자백을 받아내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 대신 수사팀이 궁금한 부분을 노 전 대통령의 ‘입’을 통해 직접 듣고, 조사 과정에서 나타나는 노 전 대통령의 반응이나 태도에 비춰 나중에 법원이 혐의 유무를 판단할 수 있도록 신문조서를 작성하겠다는 것이다.
대검 중수부는 노 전 대통령 조사가 끝나는 대로 곧바로 수사팀 검사 전원이 참석하는 회의를 열어 그동안의 수사로 확보한 증거와 노 전 대통령 조사 결과를 평가한 뒤 임채진 검찰총장 등 수뇌부에 그 결과를 보고할 계획이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