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로 오후 1시반 대검 도착… 저녁은 곰탕이나 설렁탕

  • 입력 2009년 4월 30일 02시 57분


상경길 변호인 등 4명 동행… 이동경로 곳곳에 경찰 배치
11층 특별조사실서 새벽 2, 3시까지 600만달러 의혹 조사

‘D-1’ 노무현 전 대통령의 소환을 하루 앞둔 29일 대검찰청과 노 전 대통령 측은 모두 하루 종일 숨 가쁘게 움직였다. 노 전 대통령은 30일 오전 7시경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사저를 출발해 오후 1시 반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에 도착한다. 조사가 길어지면 다음 날 오전 2, 3시까지 조사를 받고 5월 1일 아침에 봉하마을로 돌아가게 된다.

○ 중수부장이 조사 상황 모니터링

이날 검찰 직원들은 노 전 대통령의 동선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본관 건물로 올라오는 길을 따라 차단선을 쳤고 대검 청사 안 모든 차량을 내보냈다. 30일엔 어떤 차량도 대검 구내에 진입할 수 없다. 취재기자 등 사전에 비표를 받은 사람만 출입할 수 있다.

노 전 대통령은 대검 청사에 도착하면 현관에서 대검 사무국장의 안내로 먼저 이인규 대검 중수부장의 방으로 간다. 차를 마시며 상견례를 한 뒤 11층 1120호 특별조사실로 향한다. 조사실에는 피의자인 노 전 대통령, 주임검사인 우병우 대검 중수1과장, 조서를 작성할 검사 1명과 수사관 1명, 노 전 대통령 측 변호인 등 5명이 참석하게 된다. 노 전 대통령 측 변호인으로는 문재인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전해철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번갈아가며 입회하기로 했다. 검찰은 저녁식사 시간을 전후해 100만 달러 의혹 부분 조사를 마친 뒤 500만 달러 의혹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저녁식사 메뉴는 ‘곰탕 또는 설렁탕’으로 정해졌다.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의료진도 비상 대기한다.

이 중수부장은 홍만표 수사기획관과 함께 폐쇄회로(CC)TV 화면을 통해 조사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하면서 중요 사항이 있으면 임채진 검찰총장에게 즉시 보고하거나 수사팀에 지시할 계획이다.

○ 버스로 고속도로 통해 이동

노 전 대통령은 청와대 경호처 버스를 타고 중부내륙고속도로를 이용해 서울로 향할 계획이다. 경찰 측은 고속도로로 이동할 경우 취재차량과의 접촉사고 가능성 등 안전 문제를 고려해 KTX를 이용하는 방안도 제시했으나 노 전 대통령 측은 거절했다. 김경수 비서관은 “노 전 대통령이 ‘소박하고 실무적으로 다녀오자’고 해서 그에 맞춰 실무준비를 했다”며 “헬기나 KTX 얘기가 나오는데 애초부터 고려사항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노 전 대통령의 이동과정 전체를 경찰 헬기를 동원해 녹화하고 이동 경로의 전 구간 나들목, 휴게소 등에 경찰을 배치할 계획이다.

노 전 대통령이 타는 버스에는 문 전 비서실장과 전 전 수석 등 변호인과 김 비서관 등 참모들이 함께 탑승할 예정이다. 버스 주변엔 경호차량이 밀착해 이동하며 일행의 앞뒤로 경찰 순찰차가 1대씩 호위해 대형을 이뤄 서울까지 가게 된다. 고속도로 순찰대장이 선두에서 대열을 이끈다.

○ 잠 못 이룬 봉하마을

29일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사저는 밤늦게까지 불이 꺼지지 않았다. 문 전 실장과 전 전 수석이 이날 밤까지 노 전 대통령과 답변 내용을 조율했다. 문 전 실장은 “(조사를 앞두고) 긴장된다. 국민께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 수많은 억측이 나오고 있는데 검찰에서 밝히겠다”고 말했다. 김 비서관은 “노 전 대통령은 차분하게 검찰 소환을 준비했다”고 전했다. 상경 길에는 변호인 외에 비서관과 지인 등 4명이 동행할 예정이다.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회원들은 사저 인근 봉화산 수련원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마을 주민들과 노 전 대통령을 배웅하기로 했다. 노건평 씨의 부인 민미영 씨는 “너무 답답해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아무 일 없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노사모 회원과 마을 주민 등 30여 명은 29일 오후 9시경 검찰수사에 항의하는 촛불집회를 열었으며 경찰이 설치한 질서유지선을 따라 노란 풍선 수백 개를 매달기도 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김해=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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