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국 어린이들 교류의 장
“차렷!” 이해동 관장(52)의 엄한 목소리에 영어와 한국어, 일본어로 재잘거리던 20여 명의 아이가 재빠른 동작으로 줄을 맞추고 자세를 잡았다. ‘원 투’가 아닌 ‘하나 둘’ 소리에 맞춰 품새를 연습하는 아이들 속에는 고세키 신이치 씨(40)의 가족도 있었다.
지난달 28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해동태권도 체육관에서 만난 고세키 씨 가족은 ‘태권도 가족’이다. 고세키 씨 부부는 나란히 태권도 2단, 딸 나나코 양(10)은 3품, 아들 다쿠마 군(7)은 2품이다. 4년 전 한 일본 전자회사 간부인 고세키 씨가 한국지사로 발령 나면서 가족들도 한국에 건너왔고 나나코 양이 가장 먼저 태권도복을 입었다.
나나코 양은 “동네에서 도복을 입고 노는 친구들이 부러워 부모님을 졸라 태권도를 배웠다”고 말했다. 1년 뒤에는 온 가족이 해동태권도장에 등록했다. 고세키 씨는 “겨루기 위주인 가라테와 달리 품새와 정신력이 강조되는 게 태권도의 매력”이라며 “아이들이 한국뿐 아니라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자연스레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체육관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고세키 씨의 말처럼 해동체육관의 수강생 중 40%는 외국인이다. 체육관이 외국 대사관이 몰려 있는 지역에 있다 보니 외교관 자녀가 많다. 27년 동안 태권도와 한국문화 전도사로 활약해 온 이 관장은 “한국의 예절과 문화를 배울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외국인이 태권도에 빠져드는 것 같다”며 “외국인과 함께 어울릴 수 있다 보니 한국 어린이도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아들들의 품새를 보고 있던 김명자 씨(50·여) 역시 “태권도로 자연스럽게 외국인들과 두루 친해질 수 있어 잠원동에서 여기까지 아이들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매년 스승의 날이면 이 관장은 밀려오는 국제전화를 받기에 바쁘다. 이 관장은 “고국으로 돌아간 수강생들이 스승의 날이면 꼭 전화를 한다”며 “외국인들이 태권도를 배워가며 예의를 알고 정을 알게 되는 것을 보면 국적은 달라도 사람 마음은 다 똑같은 것 같다”며 웃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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