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직업 없이 전국을 떠돌던 A 씨(37)는 빚을 갚기 위해 교회 헌금함을 털기로 결심했다. 지난달 20일 오전 6시 새벽예배를 하러 온 신도인 척하며 경남 진주시 모 교회에 들어가 기도했다. 예배가 없는 시간이어서 주위에 신도가 없었다. 헌금함에 다가갔다. 양면 접착테이프를 붙인 막대기를 헌금함에 집어넣자 봉투 5개가 나왔다. 차례대로 뜯어보니 4개에는 1000원 또는 1만 원짜리 몇 장이 들어 있었다. 마지막 하얀색 봉투를 열어보고 깜짝 놀랐다. 1000만 원권 자기앞수표였다. A 씨는 다시 헌금함으로 가 ‘관심 없는’ 봉투 4개는 넣어두고 수표만 챙겼다. A 씨는 훔친 수표에 자신의 이름을 적어 인근 은행에서 10만 원권 수표와 현금으로 바꿨다.
그러나 한 신도가 교회 목사에게 ‘며칠 전 1000만 원을 헌금했다’고 귀띔했다. 교회 측이 헌금함을 확인한 결과 1000만 원은 없었다. 이 같은 첩보를 입수한 경찰이 수사에 나서 이서 내용을 단서로 A 씨를 붙잡았다. 경찰은 “1000만 원 가운데 900여만 원은 빚을 갚는 데 쓰고 80만 원가량만 남아 있었다”며 “헌금은 교회 목사와 친분 있는 신도가 발전기금 목적으로 넣은 것”이라고 말했다. 진주경찰서는 1일 A 씨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절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진주=윤희각 기자 to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