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그 골목엔 뭔가 있다]<22>광진구 ‘양꼬치 거리’

  • 입력 2009년 5월 4일 02시 55분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 있는 ‘양꼬치 거리’는 서울 속의 중국을 체험할 수 있는 이국적인 거리다. 이곳에서는 양고기는 물론이고 ‘쇠심줄 꼬치’ 같은 독특한 음식도 먹어볼 수 있다. 김미옥 기자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 있는 ‘양꼬치 거리’는 서울 속의 중국을 체험할 수 있는 이국적인 거리다. 이곳에서는 양고기는 물론이고 ‘쇠심줄 꼬치’ 같은 독특한 음식도 먹어볼 수 있다. 김미옥 기자
600m 골목골목 양고기 냄새…

한강 건너온 ‘新차이나타운’

3년전부터 가리봉동 거주
중국동포-중국인 대거 유입
불황에도 오히려 가게 늘어

지하철 2, 7호선 건대입구역 6번 출구에서 한강 둔치 방면으로 약 50m를 가다 보면 낯선 풍경과 마주친다. ‘松花羊肉串(송화양육관)’, ‘延吉冷面(연길냉면)’, ‘梅花飯店(매화반점)’, ‘中國食品(중국식품)’ 등 한자 간판이 가득한 거리가 나타난다. 약 600m 골목길을 따라 중국 음식점 60여 곳이 늘어선 이곳은 일명 ‘양꼬치 거리’다. 29일 찾은 양꼬치 거리는 중국 향신료와 양고기 특유의 냄새가 가득했다.

○ 자양동은 신(新)차이나타운

광진구 자양동 일대에 있는 양꼬치 거리는 ‘신차이나타운’이다. 과거 자양동은 성수동 공단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싼 월세방을 찾아 모여 드는 곳이었다. 최근에는 인근 건국대 한양대로 유학 온 중국 학생이 늘어나고 입지조건이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각지의 중국인과 중국 동포들이 몰려들고 있다. 구로구 가리봉동, 영등포구 대림동 등에 모여 살던 중국인들도 속속 2호선을 따라 이곳까지 오고 있다.

광진구에 따르면 현재 자양동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은 5500여 명으로 광진구 전체 외국인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이들 대부분이 중국 동포나 중국인들이다. 인근 화양동까지 합치면 8000여 명에 이른다. 자양동은 교통이 편리하고 일자리가 많은 강남 지역과 가깝다. 또 건대입구역 주변은 서울에서 손꼽을 정도로 유동인구가 많다. 앞으로 가리봉동 재개발 사업이 시작되면 중국에서 온 사람들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가리봉동에서 양꼬치 장사를 하다가 2년 전 이곳으로 옮겨 왔다는 중국동포 이미영 씨(42·여)는 “친구들도 많이 모여살고 중국 동포들도 많이 모이다 보니 마음도 편하고 가리봉동보다 찾는 사람도 많아서 장사가 훨씬 잘된다”고 말했다.

이곳 상인들은 중국 소수민족들이 즐겨 먹는 음식을 주로 판다. 양고기는 위구르족의 음식이지만 조선족들도 즐겨 먹었다. 초창기 자양동에 모여 살던 조선족들은 이곳에서 양고기를 먹으며 향수를 달랬다. 양꼬치 거리가 터를 잡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부터 이곳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경성양육관 박길자 사장(38·여)은 “3년 전부터 중국인이 많이 몰려들기 시작해 불황에도 오히려 가게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 한국인도 어울리는 다문화 거리로

양꼬치의 가격은 삼겹살과 비슷한 1인분에 8000∼1만 원 수준이다. 1인분을 시키면 대개 꼬치 10개가 나온다. 양고기 외에도 ‘쇠심줄 꼬치’같이 독특한 음식도 맛볼 수도 있다. 탕수육, 깐풍기, 자장면 등 우리나라 사람에게 익숙한 중국 음식도 접할 수 있다.

최근에는 한국인 손님들도 많이 늘었다. 매화반점 사장 박수복 씨(35·여)는 “우리 가게는 큰길 쪽에 있다 보니 찾아오는 손님의 80%가 한국인”이라며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한국인들도 한번 먹어보고는 꾸준히 찾는다”고 말했다.

신차이나타운에 대한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주민들 중에는 가리봉동처럼 불법 도박 시설 등이 들어서 범죄율이 높아지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실제 양꼬치거리에는 ‘휴게실’이란 이름으로 마작과 같은 게임을 하는 곳도 여럿 들어서고 있다. 광진구청 관계자는 “주민들이 집값, 범죄 등 많은 우려를 하는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곳은 안정된 일자리를 가진 외국인이 많고 한국인들 반응도 좋아지고 있어 쉼터나 체계적인 지원센터를 만들어 다문화거리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동포타운센터 정동주 센터장도 “한국인과 ‘다문화 사회’로 잘 융화될 수 있도록 지원 프로그램과 교육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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