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방꾼 시위대’에 시민축제 아수라장

  • 입력 2009년 5월 4일 02시 55분


행사 진행요원 밀어붙이는 시위대 촛불집회 1주년 기념행사에 참여했던 시위대가 2일 저녁 서울광장의 ‘하이서울페스티벌’ 개막식 무대로 진입하고 있다. 행사 자원봉사자들이 막아보려 했지만 시위대는 무대를 점거했고 결국 개막식은 취소됐다. 연합뉴스
행사 진행요원 밀어붙이는 시위대 촛불집회 1주년 기념행사에 참여했던 시위대가 2일 저녁 서울광장의 ‘하이서울페스티벌’ 개막식 무대로 진입하고 있다. 행사 자원봉사자들이 막아보려 했지만 시위대는 무대를 점거했고 결국 개막식은 취소됐다. 연합뉴스
■ 하이서울페스티벌 난입 시위대 112명 연행

경찰이 이동 차단하자
퍼레이드 끼어들어
운전자 붙잡고 위협
서울광장 무대 점거후 명동 옮겨 또 투석전
상춘객들 “이게 뭐냐”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집회 1주년을 맞은 2일 오후 서울 도심 곳곳에서 불법 집회를 봉쇄하려는 경찰과 시위대 간 충돌이 잇따랐다. 또 일부 시위대는 ‘하이서울페스티벌’ 봄 축제 개막 행사 무대를 점거하는 바람에 행사가 전면 중단됐다. 경찰은 현장에서 시위자 112명을 연행했다.

‘이명박정권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와 민생민주국민회의 등을 주축으로 한 시민단체와 시민들은 2일 오후 4시 40분경 서울역 광장에서 ‘용산참사 범국민 추모대회와 촛불 1주년 행동의 날’ 행사를 개최했다. 600여 명(주최 측 추산은 3000명)의 참가자는 “경제위기가 계속돼 실업이 급증하고 사회양극화가 심화하는데도 정부와 여당은 비정규직 등 서민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1년 전 촛불 정신을 되새겨 현 정부의 독재에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1차 행사를 마친 참가자들은 오후 5시 50분경 세종로사거리 인근으로 이동을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일부 시위대와 경찰 사이에 충돌이 빚어졌다. 시위대가 전경버스를 향해 우산대를 휘두르며 거세게 항의하자 경찰은 이들을 향해 이격용 분사기를 발사하기도 했다.

시위대는 경찰들의 통제로 청계광장으로의 진입이 쉽지 않자 오후 7시경 태평로에서 때마침 진행 중이던 ‘하이서울페스티벌’의 개막 길놀이 대열에 난입했다. 퍼레이드카와 취타대 등 길놀이 행렬에 깃발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시위대 700여 명이 끼어들면서 행사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일부 시위대는 퍼레이드 차량의 풍선을 손으로 터뜨리고 운전자를 끌어내리려 하는 등 행사를 방해했다.

이어 오후 8시경 시위대 1300여 명은 ‘하이서울페스티벌’ 개막식 식전 행사가 진행되고 있던 서울광장 무대를 점거했다. 이들이 깃발을 흔들며 무대를 비워주지 않자 결국 축제를 주관하는 서울문화재단의 안호상 대표는 8시 10분경 “9시부터 시작될 예정이던 개막 행사를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축제가 아수라장으로 변하자 시민들은 짜증 섞인 반응을 보였다. 여섯살배기 아들과 함께 나온 김문수 씨(43)는 “모처럼 구경을 나왔는데 시위대 때문에 망쳐버렸다”며 “촛불시위대는 자기 주장만 하면 되지 왜 문화행사를 방해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남편, 아이와 함께 올라온 정모 씨(38)도 “구경을 제대로 못해 짜증이 난 하루였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161개 중대 1만3000여 명의 경찰력을 서울역과 서울광장, 청계광장 등 주요 집회 장소에 배치해 집회를 봉쇄했다.

경찰은 하이서울페스티벌 행사가 취소되자 “현장에 남아 있는 사람은 불법 시위대로 간주하겠다”라며 일반 시민의 귀가를 유도한 뒤 본격적인 진압작전을 펴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시위대가 몸싸움을 벌이는 등 크고 작은 충돌로 68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남아 있던 시위대 700여 명은 오후 9시경 명동 밀리오레 부근으로 이동했다. 이들은 경찰을 향해 보도블록 조각을 던지는 등 격렬한 시위를 계속하다 오후 11시 40분경 해산했다. 경찰은 지난달 30일부터 3일간 서울 도심 거리시위에서 불법 폭력행위를 벌인 시위 참가자 241명을 연행해 조사 중이며 시위 주도자와 불법 행위자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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