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 쫓아다니는 사나이’
“전염병이 저를 따라오는지 아니면 제가 전염병을 따라다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조환복 주멕시코 대사(사진)는 2000년대 들어 지구촌을 공포로 몰아넣은 3대 전염병이 발생할 때마다 그 지역 공관에서 근무하는 기묘한 경력을 갖게 됐다. 조 대사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이 발생했을 때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경제공사로 근무했다. 2005년 홍콩에서 확산된 조류인플루엔자(AI)로 세계가 떨고 있을 때는 홍콩총영사였다.
올해 3월 멕시코 대사로 부임한 그는 이제 신종 전염병인 인플루엔자A(H1N1)에 대처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를 두고 외교통상부에선 ‘전염병을 쫓아다니는 사나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멕시코 교민들의 안전문제를 다루고 있는 조 대사와 전화로 인터뷰했다.
―현재 멕시코 상황은 어떤가.
“신종 인플루엔자의 급속한 확산으로 각종 문화체육 행사는 물론 일요일 미사도 중단됐다. 멕시코 정부는 5일까지 필수 분야를 제외하곤 경제활동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이 기간이 신종 인플루엔자 확산을 막는 중대시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변화가 많이 느껴질 정도인가.
“교통량이 30% 줄었다. 식당은 오후 6시까지 영업하고 점심시간에도 손님을 50명 이상 받지 못하고 있다. 멕시코 정부는 상황이 더 악화되면 지하철 운행을 중단하고 공항을 폐쇄하는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세계를 뒤흔드는 전염병 발생의 중심지에서 연거푸 근무하게 됐는데….
“중국에서 사스대책본부를 운영했던 경험이 있어서 신종 인플루엔자 문제를 다루는 데 크게 동요하지 않고 일을 처리하고 있다.”
―한국 교민들의 상황은 어떤가.
“지난달 28일 한인회 직능대표들과 비상대책회의를 열어 멕시코 정부의 대책을 설명하고 가능하면 영업을 잠시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아직 신임장도 못 받았는데….
“3월에 부임해 6월 초엔 신임장을 받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번 사태로 조금 시기가 늦어질 것 같다. 무엇보다 한국 교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