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신종 인플루엔자A(H1N1)에 처음 감염됐던 50대 수녀가 입원했던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격리병동. 이 수녀는 회복해 4일 오전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성남=사진공동취재단
“기내서 접촉 거의 없었지만 추정환자 발생해 마음 불편 한국 의료진 세계적 수준…무사히 병원 나가게돼 감사” 추가신고 급감 - 유럽은 급증 ■ 국내 첫 감염 수녀 어제 퇴원
국내 신종 인플루엔자A(H1N1) 첫 감염자인 51세의 수녀 A 씨가 4일 낮 12시경 보건당국의 격리 해제 조치에 따라 퇴원했다. 질병관리본부는 “A 씨는 앞으로 격리나 항바이러스 제제 투약, 관찰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되며 종전처럼 생활하게 된다”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날 “신종 인플루엔자 위험이 한풀 꺾이고 있다”고 전망했다. 평소 30∼50건에 가까운 의심 신고 건수가 4일 하루 동안 23건으로 줄어든 데다 3일까지 감염이 의심돼 조사-검사 대상자로 분류됐던 28명 가운데 18명이 정상 판정을 받았다. 국가재난단계를 ‘주의’에서 ‘관심’으로 낮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멕시코 등 북중미 지역도 신종 인플루엔자 확산이 주춤하고 있다. 반면 유럽에서는 추가 감염자가 무더기로 나와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4일 외신에 따르면 스페인에서는 3일(현지 시간) 추가 감염자가 39명이 나와 감염자는 모두 54명으로 늘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4일 모두 20개국에서 1003명의 환자가 확인됐다. 이날 A 씨는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서 퇴원을 앞두고 15분간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인터뷰 내내 차분하고 담담했다. 그는 봉사활동을 위해 멕시코를 찾았다고 했다. 그 과정에서 신종 인플루엔자에 걸렸지만 “일반 감기나 독감보다 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생명이 왔다 갔다 하는 사안이기는 하지만 진정해야 한다. 우리 의료진이 세계적 수준인 데 감사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몸 상태는 어떤가. “괜찮아졌다. 비행기 탔을 땐 피곤하고 춥기도 했지만 그런 증세는 모두 사라졌다.” ―격리 치료가 불편하지 않았나. “내가 남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는데 내 기분에 따라 (거부)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도움을 더 많이 받았다.” 신종 인플루엔자의 증상은 감기나 계절 독감과 흡사하다. 일반인이 구분하기에는 매우 어렵다. A 씨 또한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감기나 독감 정도로 생각했다. ―증상이 어땠는가. “감기보다 약했다. 독감을 앓아본 적이 있는데 그때보다 크게 심하지 않았다. ‘병원에 빨리 가야 하지 않을까, 그냥 두면 옮길 수 있겠다’는 정도로 생각했다. 통증도 거의 없었다. 목만 조금 불편했다. 목이 깔깔하고 편도가 부었다. 열도 쟀는데 별 이상이 없었다. ‘비행기 안이라서 피곤해서 그렇겠지’라고 생각했다. 두려운 마음은 없었다.” 질병관리본부는 A 씨가 비행기 안에서 다른 사람들과 접촉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추적조사를 벌이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A 씨가 26일 귀국하면서 탑승했던 KE018편으로 입국한 승객 335명 가운데 16명을 제외한 321명의 소재를 확인했다. A 씨는 다른 사람과 별로 접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기내에서 다른 사람과 접촉을 했나. “밤이어서 계속 잤다. 그 때문에 다른 사람과 접촉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다만 화장실에 세 차례 다녀오기는 했다. (내가 탄 비행기에서) 1명의 추정환자가 나왔다고 해서 죄송하고 마음이 불편하다. 혼자 아픈 것은 내 문제지만 나 때문에 다른 사람이 아플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 조심해야겠다.” A 씨는 당초 3일 퇴원할 예정이었다. 최초 증상이 나타나고 7일이 지나 더 이상의 증상이나 감염 우려가 없으면 격리를 해제해도 된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규정에 부합했기 때문. 그러나 완벽을 기해 하루만 더 지켜보자는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퇴원이 하루 늦어졌다. ―퇴원한 뒤 앞으로의 활동에 지장이 없는가. “괜찮으리라 생각한다. 나는 믿고 산다. (주치의 등 의료진을 보며) 믿는 사람마저 안 믿으면 안 된다. 나 때문에 많은 분들이 걱정하지 않았느냐. 무사히 병원을 나가게 돼서 정말 감사드린다. 이렇게 국가가 있고, 나라가 잘산다는 게 든든하다. 우리 의료진의 세계적 수준에도 감사함을 느낀다.” A 씨는 지나친 위기감을 경계할 것을 주문했다. 이제 진정해야 할 때라는 말도 덧붙였다.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은데…. “조금 진정해야 할 것 같다. 생명이 왔다 갔다 하는 일이니까 큰일이기는 하다. 내가 환자로 확진됐을 때 웃었는데, 그것은 병이 다 나았는데 환자로 확진됐다고 하니 나온 웃음이다. 그런데 언론에서는 ‘웃었다’라고만 보도했다. 인터넷에 그런 식으로 크게 보도돼서 당혹스러웠다.” ―다시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하겠나. “당연히 또 (병원으로) 와야 한다. 보건소에 먼저 알리겠다. 국민 한 사람이라도 중요하니까 수녀원의 문을 닫고 자중하겠다. 기다리다가 언론에서 다 수그러들면 그때 활동을 개시하겠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