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방역보다도 대외 선전용이 아닌가 싶어 황당했습니다.” 신종 인플루엔자A(H1N1) 감염환자로 확인된 멕시코인 남성(25)이 머무른 사실이 드러나 8일까지 1주일간 격리 조치된 홍콩 메트로파크호텔에 ‘갇혀 있는’ 3명의 한국인 가운데 한 명인 이일환 씨(52)는 4일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현재 이 호텔에는 투숙객과 종업원 등 300여 명이 1일부터 격리돼 있다. 무역업을 하는 이 씨는 비교적 차분하게 그간의 사정과 호텔 내부 분위기를 설명했다. 그가 이런 강도 높은 방역조치를 대외 선전용이라고 언급한 이유는 이랬다. 이 씨가 호텔에 짐을 푼 때는 1일. 그는 곧바로 근처 편의점에 물건을 사러 갔다. 돌아오니 호텔은 철통같이 봉쇄돼 있어 들어갈 수 없었다. 이 씨는 결국 인근에서 하루를 묵은 뒤 이튿날 호텔을 다시 찾았다. 홍콩 측 관계자는 “다시 들어가면 1주일 동안 나오지 못한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그는 여권과 짐을 찾으러 호텔로 들어갔다. 그는 당초 2일 떠날 예정이었다. 이 씨는 “확실한 방역이라면 내가 임시로 묵었던 호텔도 봉쇄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당시 호텔로 들어오지 못한 40∼50명 가운데 여권을 소지한 사람은 모두 다른 곳으로 떠났다”고 말했다. 그는 초기에는 항의와 불평이 많았으나 지금은 꽤 안정됐다고 말했다. 하루 세 번 식사시간을 빼고는 모든 사람이 객실에만 머물고 있고 의료진이 하루 두 번 방문해 체온을 측정한다고 했다. 또 하루 1알씩 신종 인플루엔자 치료제인 타미플루를 복용하고 있다. 이 씨는 “음식이 입에 맞지 않지만 버틸 만하다”며 “격리 기간이 1주일 이상으로 길어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홍콩 정부가 투숙객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도서와 잡지 등을 제공하고 투숙객 1인당 비행기와 호텔 비용, 하루 200홍콩달러(약 3만3000원) 이내의 전화비는 물론 비자 연장 등 행정조치도 취해주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한편 주홍콩 한국총영사관을 통해 다른 한국인의 근황도 들을 수 있었다. 다들 초기에는 매우 당황했으나 현재는 그럭저럭 심리적 안정을 찾았고 몸에도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한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