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부자 vs 서민’ 구도 자극해 시위 선동
지난해 ‘미친 소’라는 자극적인 구호를 외치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를 주도했던 단체들은 이번엔 ‘부자 대 서민’ ‘재벌 대 중소기업’ 식의 대결구도를 부각하고 있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를 ‘부자를 위한 정부’로 규정한 뒤 정부와 시민들의 관계를 ‘강자와 약자’의 대결구도로 단순화한 구호를 내세우고 있다.
전국 500여 개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민생민주국민회의 주최로 1일 열린 ‘5월 1일 민생 민주 살리기 범국민대회’ 10대 요구사항은 노동자 서민과 부자 사이의 대결로 요약된다. 이들은 ‘경제위기 노동자 서민에 책임 전가, 부자 감세’라며 정부가 부자들에게 혜택을 주면서 노동자와 서민들에게만 고통을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도 ‘노동자 서민의 삶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강부자(강남에 사는 부자)를 위한 감세만 2012년까지 무려 97조 원, 노동자와 서민들은 경제위기로 인한 책임과 고통을 전적으로 감당’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대결구도를 명확하게 드러냈다. 이들의 구호 속에는 세계적 경제위기나 이를 극복하기 위한 움직임 등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고 오로지 노동자 서민들이 정부에 의한 ‘희생자’라는 이미지만 강조하고 있다.
또 ‘재벌 대 서민’ 등 반(反)재벌 감정을 자극하기 위한 구호도 많다. 범국민대회 기자회견문 등에는 ‘재벌 배만 불리는 공공 서비스 시장화’ ‘정부는 99%의 서민 주머니를 털어 1% 재벌과 특권층에 몰아주기 정책을 강행’ 등과 같은 표현으로 정부를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선동적 표현들이 갈등을 증폭시킨다고 지적했다. 현택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성적인 판단과 더불어 감성적인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야 시너지 효과를 내기 때문에 ‘선과 악의 대립’이라는 식으로 감정적, 선동적 용어들이 등장한다”며 “이런 선동적 구호는 자기주장을 논리적으로 설득하기보다는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는 역작용을 불러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현 교수는 또 “이런 대결구도는 복잡한 사회 이슈를 단순하게 표현할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일부 사실을 왜곡할 가능성이 커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