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검사장들 “盧 불구속 기소 타당”

  • 입력 2009년 5월 5일 02시 56분


전직 총장들은 “구속영장 청구해야”

결단 앞둔 임채진 총장 “검찰 독자적 판단 따라 합리적 결정 도출할 것”

《임채진 검찰총장이 결단의 순간을 앞두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구속 기소)에게서 600만 달러의 뇌물을 받은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남은 것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아니면 불구속 기소할지 결정하는 것뿐이다.》

임 총장은 4일 오전 대검찰청 확대 간부회의에서 이 문제에 대해 “검찰의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합리적인 결정을 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지난주 후반부터 검찰 내부 의견을 청취했을 뿐 아니라 외부에도 자문을 했다. 결정을 내리기 전에 의견을 폭넓게 듣는 게 그의 스타일이다. 임 총장의 자문에 응한 전직 검찰 고위 간부들은 대체로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현직 검사장급 이상 간부들은 ‘불구속 기소’ 의견을 상대적으로 많이 낸 것으로 전해졌다.

○ 임채진 검찰총장, 광폭 의견 수렴

임 총장은 4일 오후 대검의 검사장급 이상 간부들과 함께 중앙수사부 수사팀의 노 전 대통령 수사 결과를 보고받았다. 노 전 대통령 신병 처리는 권양숙 여사를 재조사한 뒤 결정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임 총장은 지난 주말 일부 고검장급 간부들에게 전화를 걸어 의견을 들었으며, 일선 검사장들도 직간접적으로 접촉해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또한 전직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등 검찰 출신 원로 인사들에게도 전화를 걸어 의견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총장은 법무부의 기류에 대해서도 보고를 받았으며, 5일경 김경한 법무부 장관과 노 전 대통령의 신병 처리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 현직 검사장급 이상은 ‘불구속’ 대세

대부분의 현직 검사장들이 정치적인 고려에서가 아니라 법률적인 측면에서도 불구속 기소하는 게 타당하다는 견해를 편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이 여러 기업에서 ‘문어발’식으로 돈을 ‘갈취’한 게 아니라 오랜 후원자인 박 회장으로부터 받았다는 점에서 이전의 전직 대통령 뇌물 사건과는 다소 성격이 다르다는 것. 또한 정상문 전 대통령총무비서관 등 사건 핵심 관련자들이 구속됐기 때문에 증거 인멸의 우려도 없어 구속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논리였다.

서울 지역의 한 검사장은 “여야 가릴 것 없이 정치권에서 불구속 기소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얘기가 많이 나오지만, 그와 무관하게 법률적으로도 불구속 기소 사유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지방에 근무하는 한 검사장은 “혐의를 놓고 논란이 많은데 증거가 명확하지 않아 다툼의 여지가 있다면 불구속 기소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과 법무부 간부들은 대부분 불구속 기소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중수부 수사팀은 ‘구속’ 의견

수사팀은 이날 15쪽의 수사 결과 요약 보고서에 노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600만 달러를 보냈다는 박 회장의 일관된 진술뿐 아니라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중에 600만 달러에 대해 알고 있었음을 뒷받침하는 풍부한 보강 증거까지 확보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를 받은 대검 간부들은 예상보다 광범위하고 세밀한 수사 결과에 놀랐다고 한다.

일각에선 임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당시 정치 사회적으로 매우 민감했던 ‘일심회’ 및 ‘BBK 주가조작’ 사건에서 수사팀의 의견을 그대로 수용했던 점에 비춰 노 전 대통령의 신병 처리에서도 결국은 수사팀의 의견에 낙점을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또 임 총장의 자문에 응한 전직 검찰총장들 가운데 다수가 ‘검찰의 독립성’을 강조하면서 구속 의견을 낸 것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직 총장 A 씨는 임 총장에게 “검찰이 정치적으로 고려한다는 인상을 주는 순간 검찰은 설 자리가 없어진다. 뇌물은 1억 원이나 100억 원이나 같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직 총장 B 씨는 “임 총장이 사표를 낼 각오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 불구속 기소하면 다음 검찰총장이 일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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