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2학년에 다니는 딸아이가 가져온 알림장은 도무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준비물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등교시키는 경우가 많아요.”
충북 청주시 상당구 금천동에 살고 있는 결혼이주여성 마쓰모도 유코 씨(43). 두 아이를 키우는 마쓰모도 씨가 자녀교육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한국어’다. 말은 어느 정도 통하지만 읽고 쓰는 실력이 아직까지 부족하다 보니 수시로 이웃 한국 엄마들의 도움을 구하기 일쑤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펴낸 연구보고서 ‘다문화시대를 대비한 복지정책방안 연구’에 따르면 국내 다문화가정이 자녀를 키우면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한국어 소통’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은 양육비와 교육비 지출, 자녀양육자와 보육시설의 부재, 자녀양육 방식을 둘러싼 배우자 등과의 갈등 순이었다.
또 다문화가정 아동의 방과후 돌봄 형태는 본인이나 배우자, 기타 가족이 63.0%로 가장 많았다. 사설 또는 학교 방과후 프로그램 이용(18.8%), 사설학원(6.7%), 파출부나 도우미 활용(0.4%) 등이 그 다음을 이었다. 그러나 주변의 도움 없이 혼자 방치되는 경우도 8.5%로 파악됐다. 그 이유는 ‘생업이 바빠 돌볼 여유가 없어서’가 52.6%로 가장 높았고 ‘학습지도를 못해서’(27.6%), ‘한국어 수준이 낮아서’(10.5%) 등의 순이었다.
결혼이민자의 자녀만족도는 자녀와의 친밀감, 부모와 자녀 간의 믿고 이해하는 정도, 자녀와의 대화 및 의사소통 정도는 높게 나왔으나 자녀들의 의견이나 기대를 충족시켜 주는 정도, 자녀와의 여가 및 문화생활 만족도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 배우자는 결혼이민자보다 약간 높은 것으로 나왔다. 이 밖에 다문화가정 아동은 1주일에 평균 5.03일, 1일 평균 9.9시간 기관(보육시설, 유치원, 사설학원, 한글교실 등)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 옥천한국어학당의 전만길 대표는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이 공교육에서 누락과 차별 없이 교육을 받아 국제전문가로 커나가도록 경제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며 “이중언어 교육, 영유아 및 방과후 돌봄 서비스 등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교육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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