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회색 담벼락, 예술로 살아나다

  • 입력 2009년 5월 6일 04시 29분


청주지역 달동네-아파트

벽에 다양한 그림 그려

“골목길이 미술관 같아요”

충북 청주시 상당구 수암골목 1번지 일명 ‘수암골’은 청주의 대표적인 달동네다. 좁은 골목길과 다닥다닥 지붕이 맞붙은 집들은 여느 달동네와 비슷하지만 골목길의 담을 보면 마치 미술관에 와 있는 착각이 들 정도다.

2007년부터 공공미술 프로젝트사업의 일환으로 청주의 예술단체 회원들과 대학생 등이 ‘추억의 골목여행’이라는 주제로 서민의 생활을 담은 다양한 벽화를 그려 놓았기 때문. 이를 배경으로 최근 종영된 SBS 수목드라마 ‘카인과 아벨’이 촬영되기도 했다. 청주 도심 곳곳의 담이 수암골처럼 ‘화폭’으로 활용되고 있다. 지역의 명소나 각계 유명 인사의 초상화, 동물 그림 등이 회색빛 시멘트벽을 장식하고 있다.

청주시 흥덕구 봉명2 송정동 주민자치위원회는 인근의 백봉공원 담에 직지, 가로수길, 상당산성 등 ‘청주의 자랑 10선(選)’과 어린이들이 숲에서 곤충채집을 하는 장면 등 20여 가지를 담은 벽화를 최근에 그려 넣었다. 백봉공원을 둘러싸고 길이 290m, 높이 1.9m 크기인 이 대형 벽화는 동네는 물론이고 청주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한기 봉명2 송정동 주민자치위원장은 “벽화가 청주의 자랑 10선 홍보와 학생들의 교육자료 활용, 주민 정서 함양 등의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청주의 대표적인 아파트 밀집지역인 상당구 금천동의 부영장자마을 인근 900여 m의 보행자전용도로에도 금천초등학교와 동주초등학교 학생 작품 125점, 지역작가 작품 170점 등 500여 점의 미술작품을 타일(가로 20cm, 세로 20cm)로 새겨 넣은 ‘타일벽화’ 제작이 한창이다. 이곳에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피겨여왕 김연아 등 어린이들에게 꿈을 심어 줄 수 있는 인물로 구성된 ‘한국을 빛낸 인물 벽화’와 동물벽화도 만들어질 계획이다. 바닥에는 돌고래가 물속에서 솟구치는 모양의 입체그림도 그려진다.

이 밖에 상당구 영운동 청남초등학교 담에는 이 학교 사생대회에서 수상한 어린이들의 작품 벽화가 그려져 있으며 내덕동 7거리∼청주대 예술대로 이어지는 담에도 지역 예술작가와 대학생 등이 참가해 제작한 벽화가 설치돼 있다. 청주시 관계자는 “아파트단지 등 삭막할 수 있는 도심 담벼락에 잇따라 아름다운 벽화가 그려지면서 도시 분위기 전체가 살아나 시민도 좋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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