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시, 환경단체 반발 속 5km 지하터널 추진
막힌 지 41년 만에야 길이 열린다. 경기 양주시 장흥면 교현리와 서울 강북구 우이동을 잇는 북한산 ‘우이령길’이 7월 초 일반에 개방될 예정이다. 우이령길은 지금은 목사가 된 김신조 씨 등이 포함된 북한 무장공비 31명이 1968년 1월 21일 이 길을 거쳐 서울로 들어간 직후 폐쇄됐다. 6·25 때 미군이 길을 넓히고 공비 침투 직전에는 경기도가 나서 옹벽을 쌓고 길을 정비하기도 했다. 41년의 세월 동안 속살을 숨겨 왔던 우이령길을 7일 찾았다.
○ 역사도 엿볼 수 있는 걷기 코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송추 나들목 인근인 72사단을 지나 좁은 길을 따라 올라가면 우이령길이 시작된다. 이곳에서 서울까지 6.8km가 우이령길로 불리는데 그동안 출입이 통제되던 구간은 4.46km로 양주시 구간 입구에는 관할 군부대가 초소를 운영하며 출입을 통제하고 서울 구간 입구에는 경찰이 초소를 설치했다.
군부대 초소를 지나 양주시 구간으로 올라가자 먼저 울창한 침엽수림이 내뿜는 신선한 향기가 가득 밀려왔다. 잎을 비비면 생강 냄새가 난다는 생강나무와 참나무, 쪽동백나무, 국수나무 등 이름도 고운 나무들이 길 따라 자리를 잡고 있었다. 흙길을 따라 오르막길에 접어들면 왼편에 수려한 계곡이 보인다. 군부대 유격 훈련장의 일부인 데다 접근하기가 위험해 철망으로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훈련장을 지나니 다섯 개의 봉우리가 멋지게 조화를 이룬 오봉산이 잡힐 듯 가깝게 보였다. 길 왼편에는 1967년 흙이 무너져 내리지 않게 하려는 사방사업(砂防事業)을 했다는 표지석이 있었다. 사업비 항목에는 금액과 함께 양곡이 기재돼 있어 양곡이 돈과 같이 취급됐던 당시 상황을 엿보게 했다.
서울 쪽으로 계속 올라가다 보면 해가 들지 않을 정도로 울창한 숲이 산길을 덮고 있다. 양주시 구간 중간 중간에는 인근의 사찰과 환경단체들이 우이령길 도로 개설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소귀 고개에는 전쟁 시 적의 차량 진입을 막으려는 대전차 방호벽이 낡은 모습 그대로 자리 잡고 있었다.
○ 도로 개설 가능할까
양주시는 우이령길의 재개방과 함께 서울로 빠르게 진입할 수 있도록 터널을 뚫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임충빈 양주시장은 “산책로와 별도로 우이령길 밑으로 터널을 만들면 자동차로 서울과 양주를 5분 내에 이을 수 있다”며 “터널이 개통되면 지금보다 연간 178억 원 상당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 건설업체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우이령길 아래로 5.35km의 터널을 짓겠다는 사업 제안을 해온 상태로 양주시는 적극적으로 이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단체와 인근 사찰 등이 반대하고 있고 서울시와 강북구도 교통량 증가 등을 이유로 양주시 주장에 미온적이다.
41년 만에 재개방되지만 그동안 이 일대의 환경생태가 다른 곳보다 우수하게 보전돼 왔기 때문에 전면 개방은 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립공원관리공단 관계자는 “7월에 재개방할 예정이지만 예약제나 개방 시간을 정해두는 등 제한을 둘 예정”이라고 말했다.
양주시는 우이령길의 재개방을 축하하고 터널 개통을 촉구하기 위해 10일 오전 9시 반부터 ‘시민 우이령 걷기’ 행사를 개최한다. 희망자는 당일 우이령길 시작 지점인 72사단 연병장에 모이면 된다. 참가비는 없으며 빵과 음료 등이 제공된다. 031-820-2141∼2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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