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잘나가던 프로그래머의 몰락

  • 입력 2009년 5월 8일 02시 56분


도박단 ‘취업 미끼’에 걸려 불법프로그램 제작

명문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오모 씨(36)와 차모 씨(36)는 경력 8년의 잘나가는 프로그래머였다. 지난해 4월 회사가 부도를 맞으면서 일자리를 잃었다. 인터넷 구인구직 사이트에 구직 광고를 울렸고 이를 본 방모 씨(36)가 연락을 해왔다. “게임 포털 사이트를 만들겠다”는 방 씨의 거창한 사업계획에 이들은 카드게임용 프로그램을 만들고 보수, 관리하는 대가로 300만 원의 월급을 받기로 하고 계약을 맺었다.

이들이 기본 프로그램을 만든 뒤 방 씨의 태도가 돌변했다. 방 씨는 환전 프로그램과 상대방의 패를 볼 수 있는 ‘뷰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도록 요구했다. 오 씨 등은 그제야 자신들이 범죄에 가담하게 됐다는 사실을 알았다. 발을 빼려 했지만 방 씨는 밀린 월급을 주지 않겠다며 막무가내였다. 방 씨가 보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오 씨와 차 씨는 결국 뷰어 프로그램 등을 만들어줬다.

방 씨는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도박을 벌여 큰돈을 따냈다. 도박 사이트 이용자들로부터 받은 수수료까지 합쳐 65억 원을 챙긴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7일 태국 파타야에 콜센터를 차려 사이버머니를 현금으로 환전해 주는 등의 수법으로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로 방 씨 등 3명을 구속하고 박모 씨(38)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오 씨와 차 씨에 대해서는 사기 및 도박 개장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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