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경남지사는 최근 실국원장 회의에서 “부화에 성공한 따오기를 어떻게 브랜드화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당장 관련 부서는 도조 변경을 고민하고 있다. 31년 동안 경남의 상징 새 역할을 해 온 백로(중대백로)가 퇴출 위기에 놓인 셈이다. 김 지사는 한 발 더 나아가 “경남이 북한, 러시아 등 이웃나라에 관련 기술을 전파하는 메카로 자리 잡을 것”이라며 한껏 기대를 나타냈다. 따오기 새끼에게 붙일 이름 공모도 시작했다.
경남의 따오기 열풍이 뜨겁다. 중국산 따오기가 산란과 인공부화에 성공한 것이 계기가 됐다. 따오기가 한반도에서 멸종된 이후 30년 만의 일로 의미 있다. 따오기 증식 책임자인 박희천 경북대 교수는 “기대 이상의 성과”라고 평가했다. 중국과 일본보다 짧은 기간에 산란, 부화로 이어졌기 때문.
그러나 궁극적인 목표인 따오기 ‘복원’까지의 길은 여전히 멀고 험하다. 김종원 계명대 교수(생물학과)는 “종 복원보다 서식처 복원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야생동물의 증식과 자연 적응은 충분한 환경적 고려와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충고도 있다. 특히 박시룡 한국교원대 교수(생물학과)는 “겨울 철새를 텃새로 복원하는 나라는 없다. 따오기가 우리나라 생태계에서 살아남을 가능성도 없다”고 단언한다. ‘새 박사’인 윤무부 경희대 명예교수는 “독수리 까치 족제비 등 천적이 많아 야생에서 살아가기 어렵다. 이벤트를 하지 말고 기증받은 따오기를 중국에 돌려주라”고 말한다.
‘달걀이 부화되기 전에 병아리를 헤아리지 말라’는 서양속담이 있다. 김칫국부터 마셔서는 곤란하다는 말이다. 이제 겨우 따오기 한 마리가 태어났을 뿐이다. 당장은 새끼 따오기를 건강하게 살려내는 일이 급선무다. 작명과 도조 변경은 그 다음이라도 늦지 않다. 호들갑을 떨다 동요 따오기처럼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 온다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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