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고려대와 연세대가 나란히 약대 신설 의지를 밝힌데 이어 을지대 등도 약대 신설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이어지면서 대학들의 '약대 신설 붐' 배경에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100년 넘게 약대 없이도 상위권 종합대로 군림해 온 고려대나 연세대도, 보건의료 특성화를 강조해 온 을지대도 지금껏 약대 설립 계획을 밝힌 적이 없다. 그런데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약대를 만들어 2011년부터 학생을 뽑겠다"는 이유는 뭘까?
대학가에서는 바로 올해부터 약대 학제가 바뀐 것을 가장 큰 이유로 꼽고 있다. 4년제였던 약대 학제가 '일반학부 2년+약학부 4년'의 6년제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약대가 우수한 이공계 학부 재학생의 블랙홀로 떠오른 것이다.
약대를 가진 대학은 어느 대학, 어느 학과 출신이든 상관없이 2학년 과정을 마친 학생을 자기 대학의 약대로 유치할 수 있다. 우수한 이공계 학부 졸업생들이 의학·치의학전문대학원으로 대거 몰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약대가 우수한 학부 재학생들을 빨아들일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여기에 신입생의 모집 정원이나 학과를 늘리려면 각종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시켜야 하는 것과 달리 학부 편제를 바꾸는 것은 한층 수월할 것이라는 계산도 깔려 있다.
보건의료계에서 최근 약사 부족 여론이 나온 것도 대학을 자극했다. 1980년대부터 약대 정원이 동결돼 기존의 20개 약대만 유지되는 바람에 약사가 부족한 지역이 발생한다는 것. 을지대가 대표적인 경우다. 타 시도는 약대가 2개 이상 있는 반면 대전·충남에는 입학 정원 40명의 충남대 약대 뿐이다. 야간 병동이나 중소규모 병원의 약사가 만성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이 지역의 건양대, 단국대, 순천향대 등도 조만간 약대 신설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다.
당장 올해와 내년에 기존의 약대들이 신입생을 뽑지 않기 때문에 2013, 2014년에 전국적으로 약사 공급이 급감할 것이라는 관측도 약대 신설을 추진하는 대학들이 내세우는 명분 중 하나다. 한편 의대, 약대 정원은 보건복지부가 보건인력 수급 상황을 감안해 증감을 결정하게 된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