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노인을 15년째 친부모처럼 모시는 육군 부사관이 있다. 육군 제3군수지원사령부에 근무하고 있는 정길 원사(43)는 1994년 이웃에서 가족도 없이 불편한 몸으로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 김판실 할아버지(2004년 사망) 장봉이 할머니(76) 부부와 인연을 맺었다. 정 원사는 처음엔 노부부 집을 찾아 고혈압과 뼈엉성증(골다공증)으로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를 돌보는 봉사활동을 하다가 아예 집으로 모셔와 정성스럽게 보살피고 있다. 어린 시절 부모를 여읜 바람에 효도를 못한 것이 항상 마음에 걸렸던 정 원사의 부인 권향순 씨(44)도 남편의 결정을 흔쾌히 따랐다. 정 원사 부부는 10년간 돌보던 김 할아버지가 2004년 간암으로 사망한 뒤 지금은 장 할머니만 모시고 있다. 정 원사의 아들 민우 군(18)과 민영 군(14)도 아버지의 뜻을 따라 노부부를 보살폈다. 육군은 8일 정 원사의 선행이 모범적인 군인상을 보여준 사례라며 표창장을 수여했다. 정 원사는 “비록 형편이 여유롭지 않지만 아내와 두 아들의 도움으로 두 분을 친부모처럼 모실 수 있어서 행복했다”며 “앞으로 작은 복지관을 만들어 의지할 곳 없는 노인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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