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재산·과세자료 - 국세청직원 e메일 확보

  • 입력 2009년 5월 9일 02시 57분


검찰, 6일 국세청 전산실도 압수수색
朴씨, 천신일 회사 주식 차명매입 등 통해 이득 준 정황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이인규)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구속 기소)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국세청 전산실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인 사실이 8일 확인됐다. 국세청 전산실은 세무조사 결과를 포함해 세금 납부와 관련된 기업과 개인의 재산명세나 세금신고 자료, 세금 납부기록 등 과세자료를 모두 전산화해 보관하고 있는 ‘세무자료 집결지’다.

검찰은 6일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국세청 전산실에 수사관을 보내 전산실 서버에서 박 전 회장 관련 세무조사 자료를 포함한 모든 관련 자료와 지난해 7∼10월 세무조사 당시 국세청 직원들의 e메일 사용 기록 등을 압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국세청 전산실을 압수수색한 것은 처음이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박 전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과 관련된 일부 자료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국세청 전산실에서 압수한 자료를 토대로 박 전 회장이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여권 실세 등 정치권 인사들에게 세무조사 무마 로비를 벌인 정황이 있는지 파악 중이다. 검찰은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을 상대로 박 전 회장 관련 세무조사 결과를 어떻게 보고받았는지, 정치권 인사들에게서 세무조사 무마 로비를 받은 사실이 있는지 조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검찰은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이 박 전 회장에게서 세무조사 무마 로비 청탁과 함께 돈을 받은 정황을 잡고 천 회장이 실제 한 전 청장 등에게 로비를 벌였는지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와 탈세 혐의 등으로 천 회장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집과 사무실 등 19곳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박 전 회장이 천 회장 회사의 주식을 차명으로 매입하거나, 천 회장 거래처 관계자 등을 동원해 천 회장 회사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천 회장에게 금전적 이득을 준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박 전 회장 관련 국세청 세무조사 결과 자료와 국세청이 지난해 11월 검찰에 고발한 수사의뢰 내용에 다른 점이 있는지 확인한 결과, 국세청이 세무조사 결과를 고의로 빼거나 수정하고 검찰에 넘긴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이 2007년 6월 말 박 전 회장에게서 받은 100만 달러의 사용처에 관한 자료를 9, 10일 중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 측은 100만 달러를 개인 빚을 갚는 데 사용했다고 주장해 오다가 검찰이 송금 관련 자료를 제시하자 ‘40만 달러를 당시 유학 중이던 아들 노건호 씨에게 학비와 생활비 등으로 줬다’는 취지로 말을 바꿨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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