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트렁크를 흔들어 골프채끼리 부딪치는 소리를 확인한 뒤 안에 있던 골프채를 상습적으로 훔쳐 수억 원을 챙긴 전직 골프용품 판매업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폐쇄회로(CC)TV가 없어 방범이 허술한 아파트 단지 주차장을 돌며 차 트렁크에 있던 골프채를 150여 차례 훔친 혐의(절도)로 김모 씨(43)에 대해 8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해 8월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아파트 주차장에서 배모 씨(44)의 다이너스티 승용차 운전석 창문 틈새에 길이 50cm의 얇은 철제 자를 넣어 문을 딴 뒤 트렁크를 열어 시가 280만 원 상당의 골프채 1세트를 훔치는 등 2005년 9월부터 최근까지 2억 원 상당의 골프용품을 훔쳤다. 경찰조사 결과 김 씨는 차 트렁크를 일일이 위아래로 흔들어 본 뒤 골프채끼리 부딪쳐 쇳소리가 나는 차량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골프용품점을 운영했던 김 씨는 골프채가 인터넷상에서 고가에 거래된다는 점에 착안해 훔친 골프채를 옥션이나 골프스카이 등 인터넷 직거래 사이트를 통해 판매했다.
김 씨는 2005년 골프채를 훔친 혐의로 구속돼 교도소에서 6개월을 복역하고 출소한 뒤에도 같은 수법으로 범죄를 저질러왔다. 경찰은 김 씨의 집에서 골프채 50세트가 발견됨에 따라 추가 범행이 있을 것으로 보고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