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LEET]지문과 문제 ‘악어와 악어새’

  • 입력 2009년 5월 11일 02시 57분


《지문과 문제는 적절한 조화를 이룬다. 지문은 문제를 예측하게 하고, 문제는 지문의 핵심을 찌른다. 이런 이유 때문에 문제를 풀 때는 지문을 바로 읽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다. 지문을 읽을 때에도 마찬가지로 문제를 예상하며 읽어야 한다. 다음 예시를 통해 문제 풀이의 ‘기술’을 익혀보자.》

○ 지문 1

『 민주 정치의 중요 요소인 정당 정치는 ‘개별 정당’과 ‘정당 체계’ 차원으로 나뉜다. 이때 정당 체계는 여러 정당이 조직화된 양식으로 작동하는 정당 군(群)을 의미한다. 개별 정당 분석이 대의제 아래에서 정당이 수행하는 시민 여론 조직화․가치화 기능에 대한 평가를 중요시한다면, 정당 체계 분석은 정당 간 상호 작용에 초점을 둔다.

정당 체계 분석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요소가 정당 수 산정이다. 정당 수가 많은가 적은가 하는 것은 정치 체계의 이데올로기적 분포 및 정치 상황의 안정도를 보여 주는 중요 지표다. 이데올로기의 극단적 분포가 궁극적으로 정치 체계의 불안정으로 귀결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즉 정당 수는 이념적 분포가 원심적인지 아니면 구심적인지를 보여 준다. 최근까지 정당 수 산정을 위한 다양한 방식이 제시되어 왔는데 이는 정치 현상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높이기 위함이다.』

○ 지문 해설

‘개별 정당’을 A라 하고 ‘정당 체계’를 B라 해 보자. 이 글은 ‘목적은 A+B인데, 이때 B는…’이란 식으로 전개해 나가는 전형적인 형태를 띠고 있으며 A와 B 중 B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문제에서는 A B, 즉 둘 사이의 차이에 주의해야 한다. 이어지는 지문은 A와 B 각각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때도 글의 중심은 당연히 B다.

또 ‘정당 수 산정’에 대한 질문이 나올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정당 수 산정’은 B와 관련된다. 질문지에서 이를 물은 후 선답지에서 ‘정당 수 산정=B 관련 진술≠A 관련 진술’이 제시될 것이다. 물론 질문의 의도는 ‘정당 수 산정’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묻는 것이다.

[문제 1] ‘정당 수 산정’의 의의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정치 현상에 대한 설명력을 높일 수 있게 한다.

② 정당의 여론 전달 역할을 평가할 수 있게 한다.

③ 정당 간 상호 작용에 대한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

④ 정치 상황의 안정성 정도를 파악할 수 있게 한다.

⑤ 정치 체계의 이념적 분포의 정도를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정답: ②

[풀이] 출제자는 처음부터 ‘정당 수 산정=B 관련’이기 때문에 ‘정당 수 산정=A 관련’으로 제시된 함정을 상정했다고 볼 수 있다. A가 시민 여론 조직화 및 가치화 기능에 대한 평가를 중심으로 한다고 하였으므로 이런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 정답이 된다.

이어지는 지문을 살펴보자.

○ 지문 2

『 그렇다면 정당 수를 산정하는 방식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우선 ‘단순 방식’이 있다. 이 방식에서는 한 정치 체계의 규정에 따른 정당이면 모두 동일한 자격을 갖춘 정당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이 방식은 유효한 정당 수가 항상 고정된 것이 아니라 정치 상황의 시점(時點)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못한다. 특히 내각 책임제의 경우 선거 전이냐 아니면 선거 후냐에 따라 유효한 정당 수가 달라질 수 있다.』

○ 지문 해설

지문 1의 끝부분인 ‘정당 수 산정을 위한 다양한 방식이 제시되어’라는 진술에서 다음에 이어질 지문, 즉 지문 2의 내용을 예측할 수 있다.

지문 2는 ‘정당 수를 산정하는 방식’을 묻고 있다. 이에 대한 답은 병렬형식으로 제시될 가능성이 높다. 병렬로 제시되는 지문을 ⓐ-ⓑ-ⓒ-ⓓ 등으로 나타내보자.(물론 정당 수를 산정하는 방식은 하나, 둘, 셋, 넷 식으로 이뤄지며 대개는 셋을 넘지 않는다)

병렬적인 내용은 서로 관련 없이 제시되는 경우도 있지만 서로 일정 정도 관련이 있다고 보는 것이 좋다. 지문 2에는 ‘단순 방식’(ⓐ)이 소개됐다. 당연히 ‘ⓐ의 특징-단점’의 형태로 지문이 구성될 것이다.

그 다음이 문제다. 뒤에 이어질 문단이 단순히 ⓐ와 병렬적인 ⓑ일 수도 있고, ⓐ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문 2에는 정당 수 산정의 단순한 방식이 소개됐다. 지문 2는 ‘ⓐ의 특징-단점(병렬 또는 극복 예측)’으로 표현할 수 있다.

○ 지문 3

『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이항 분류 방식’이다. 이 방식은 의회에 의석을 보유하고 내각 구성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는 정당만을 정당 체계 내 정당으로 인정한다.

이항 분류 방식은 특히 정당 난립 상황이 심할수록 유용한 분석 수단이다. 내각 책임제에서는 얼마나 많은 정당이 있느냐가 아니라 내각 구성에 참여할 수 있는 정당 수가 몇이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통령제에서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른 정당 체계와 총선 결과에 따른 정당 체계가 서로 다른 경우에는 이항 분류 방식을 사용하여 비교하기가 어렵다. 다시 말해 이 방식은 정부 형태 간 교차 분석을 위해 사용하기 어렵다.

동시에 내각 구성 과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만, 정치적 실체로서 존재하며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당의 존재가 배제될 수밖에 없는 것이 이 방식의 단점이다.』

○ 지문 해설

지문 3에서도 역시 ‘정당 수 산정 방식’ 중 하나인 ‘이항 분류 방식(ⓑ)’이 소개됐다. 이 문단의 내용은 ‘ⓑ의 특징-단점’이다. 단, ⓐ의 단점을 극복한 것이다. 이런 식은 ⓑ의 단점 역시 다음에서 극복될 것임을 예측하게 한다. 지문 3은 ‘ⓑ의 특징(ⓐ 극복)-단점(ⓒ로 극복 예정)’으로 표현할 수 있다.

○ 지문 4

『 앞의 두 방식을 비판하며 등장한 것이 ‘㉠ 지수화 방식’이다. 지수화 방식에서는 내각 참여 여부를 막론하고 각 정당의 득표수와 의석수의 상대적 가치를 중요시한다. 이 방식은 각 정당의 득표수 또는 의석수를 상대적 비율로 파악하여 ‘선거 유효 정당 지수’ 또는 ‘의회 유효 정당 지수’를 산정한다.

만약 2개의 정당이 선거에 참여했고 각각 60%와 40%를 득표했다면, 1을 각각의 제곱 합(0.36+0.16)으로 나눈다. 따라서 선거 유효 정당 지수는 1.9(1/0.52)가 된다. 의회 유효 정당 지수는 득표율 대신 의석 비율을 사용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이러한 지수화 방식은 대통령 선거와 총선의 정당 체계를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다. 정당의 선거별 득표수 또는 의석수를 상대적인 값으로 전환하여 지수화하기 때문이다.』

○ 지문 해설

지문 4에서 정당 수 산정 세 번째 방식으로 ‘지수화 방식(ⓒ)’이 제시됐다. 역시 ⓑ의 극복인데, ⓐ 방식에 대한 비판도 포함한다. 이런 점에서 ⓒ는 통합적이면서 최선의 것일 가능성이 높다. 지문의 끝 부분에서도 이에 대한 단점을 제시하지 않았다.

이제 ⓐ ⓑ ⓒ를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각 방식의 특징을 정확하게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 2] 위 글의 내용을 <보기>의 상황에 적용하여 해석한 것으로 옳은 것은?

『 <보기>

내각 책임제를 채택한 어떤 국가에서 총선에 참여한 정당은 모두 6개였다. 선거 후 의회 의석을 확보한 3개의 정당만 남고 나머지 정당은 해산하였다. 이 중 A당은 40%의 득표율로 40%의 의석을, B당은 30%의 득표율로 40%의 의석을, C당은 20%의 득표율로 20%의 의석을 얻었고 나머지 정당들은 모두 합쳐 10%를 득표했지만 의석은 획득하지 못했다. 세 정당은 모두 내각 구성에 관심을 표하였다.』

① 단순 방식에 따를 때 선거 전후의 정당 수에는 변화가 없다.

② 선거 후 단순 방식에 따른 정당 수는 이항 분류 방식에 따른 정당 수보다 작다.

③ 이항 분류 방식에 따른 정당 수는 지수화 방식에 따른 의회 유효 정당 지수보다 크다.

④ 지수화 방식에 따를 때 의회 유효 정당 지수는 선거 유효 정당 지 수와 같다.

⑤ 지수화 방식에 따른 의회 유효 정당 지수는 선거 후 단순 방식에 따른 정당 수와 같다.

정답: ③

풀이] 지문 4를 참고해서 해결한다. ①번은 ⓐ로 볼 때 선거 전 6, 선거 후 3이므로 차이가 있다. ②번은 ⓑ로 볼 때 내각 구성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는 정당 수 3, ⓐ로 볼 때 선거 후 정당 수 3이므로 작다고 할 수 없다. ③번 ⓒ의 유효 정당 지수를 구해 보자 A=40%, B=40%, C=20%다. 따라서 0.16+0.16+0.04=0.36이 된다. 1을 0.36으로 나누면 2.7이므로 ⓑ에 따른 정당 수 3, 의회 유효 정당 지수 2.7은 맞는 진술이다. ④번 선거 유효 정당 지수는 3.4다.(1을 0.29로 나눔) ⓒ 의회의 유효 정당 지수는 2.7이므로 선거 후 단순 방식에 따른 정당 수와 같다는 ⑤번도 정답이 아니다.

이산영 PLS 언어이해 논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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