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 여러분, 영원한 이별입니다!’ 미국 ABC 방송의 앵커 피터 제닝스가 4년 전 폐암으로 사망했을 때 언론의 보도 내용이다. 그는 ‘현장 취재의 살아 있는 교과서’로 불릴 만큼 시청자들에게 신뢰감을 주었다. 오늘날까지 각국의 앵커들에게 많은 교훈을 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 책은 미국 방송의 3대 앵커로 일컬어지던 ABC의 피터 제닝스, NBC의 톰 브로커, CBS의 댄 래더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들은 ‘사건 현장’을 누빈 앵커였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그들은 샌프란시스코 지진이나 베를린 장벽 붕괴, 톈안먼(天安門) 광장 사태 같은 주요 사건 현장에 어김없이 나타나 뉴스를 진행했다. 그 내용의 일부를 논술과 관련시켜 보자.
『(가) 그러나 테렌지오는 샌프란시스코의 지진으로 박살난 층계를 올라가면서 주변 여건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게 되었다. 난장판이 된 건물, 전기도 없었다. 그러나 가장 나쁜 것은 제닝스를 제대로 찍기에는 발코니가 너무 좁다는 것이었다. 테렌지오는 말했다. “보게나, 여기 건물 앞에서 방송할 수 있겠어. 그렇지만 소방관들이 건물들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위험을 감수해야 돼. 그러나 누가 알겠어.” …중략… “샌프란시스코의 이곳에서 마지막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지진은 언제나 인간이 얼마나 연약한 것인가를 우리에게 상기시켜준다는 점입니다. 피터 제닝스였습니다. 오늘밤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지금까지 샌프란시스코였습니다.”(22쪽)
(나) 주요 사건이 터진 현장을 내 눈으로 지켜보며 일한다는 짜릿한 흥분에 힘입어서 래더와 그의 취재팀은 정말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활동했다. CBS 뉴스팀은 정말 완곡하게 말해, ‘움직이는 기계’처럼 방송했다. 팀은 두 대의 자동차, 평상 꼴의 트럭 한 대와 10년 된 낡은 일제 도요타 라이트 밴 두 대로 이루어진다. 임시변통으로 트럭 뒷부분 평상 한쪽 끝에 카메라와 삼발이를 설치하고 래더는 그 맞은편에 서서 방송했다. 기술팀은 “우린 너무 지치고 손이 모자라 모두들 스스로 겨우 지탱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돈으로도 보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며칠 후, 트럭 꼭대기가 너무 미끄러워 기술팀은 나무 판때기로 래더의 발밑에 작은 발판까지 만들어 주었다.”(189쪽)』
피터 제닝스… 댄 래더… ‘채널 고정시킨’ 명앵커들
그들의 뉴스는 왜, 무엇이 시청자를 감동시켰나
① ‘(가)를 통해 진정한 앵커의 정신을 밝히고,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주는 이유를 밝히시오’를 만들어 보자.
앵커의 진정한 정신은 위험한 현장에서 사건의 소식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피터 제닝스, 톰 브로커, 댄 래더는 격변하는 시대와 참혹한 사건 현장 속에 자신의 몸을 던졌다. 특히 (가)의 피터 제닝스는 샌프란시스코 지진의 현장에서 소방대장과 경찰의 위험 경고에도 ‘우리는 수백만 명의 시청자들에게 생방송을 할 겁니다’라는 말로 사건 현장을 지켰다. 치열한 앵커 정신을 단적으로 보여준 표현이다. 1972년 뮌헨 올림픽 당시, 테러리스트들이 이스라엘 선수를 인질로 삼는 현장에서의 보도는 많은 시청자가 지금도 잊지 못하는 뉴스로 꼽는다. 죽음을 무릅쓴 앵커들의 사건 현장에서의 뉴스 진행은 시청자들에게 진한 감동을 준다. 처참한 사건 현장에서 목숨을 걸고 한 뉴스 진행은 절망에 빠진 시청자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기 때문이다.
② ‘(나)를 통해 방송 기술팀의 노력을 평가하고, 우리의 올바른 뉴스 방송관을 제시하시오’를 만들어 보자.
우리는 TV 화면에 비친 앵커만을 염두에 두고 뉴스를 시청한다. 뉴스는 앵커가 앞에 나서서 보도하지만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기술팀인 카메라맨, 오디오맨 등이 제작 과정을 뒷받침해주기 때문이다. 이른바 기술팀은 뉴스 막후의 스타들인 셈이다. 뉴스 방송을 위한 전선을 설치하고 현장에서부터 베이스까지 화면을 전송하는 것이 기술진의 중요한 임무다. (나)의 “우린 너무 지치고 손이 모자라 모두들 스스로 겨우 지탱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돈으로도 보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라고 언급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앵커와 기술팀의 상호 노력으로 감동적인 뉴스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시청자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제 피터 제닝스, 톰 브로커, 댄 래더의 시대는 지났다. 그러나 지금도 이들 3명은 언론인으로서 최고의 명예를 차지한다. 이들이 높은 인지도를 지니고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현장에서 불탔던 열정일 게다. 제닝스는 헝가리 독재자 종식의 현장에서, 톰 브로커는 독일 베를린 장벽의 개방 현장에서, 댄 래더는 중국의 톈안먼 사태 당시 학생들과의 인터뷰에서 그 열정을 보여주었다. 사건 현장 진행을 통해 차별화된 뉴스를 제공하는 이들의 모습은 역할과 기능에서 차이가 있지만 우리 앵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도희 송탄여고 국어교사, ‘스스로 논술학습법’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