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va! 전라남도]화순, 생명도시로 거듭나다

  • 입력 2009년 5월 11일 02시 57분


‘테라피 타운’ 내세워 자치행정 박람회에서 대상 받아

“화순에는 생명과 치유가 있다.”

대도시와 붙어 있으면서도 강원도에 비견될 만큼 맑고 깨끗한 산골의 분위기를 간직한 전남 화순군이 생명과 건강, 치유를 테마로 한 ‘테라피(Therapy) 타운’ 으로 거듭나고 있다.

○ ‘청정 화순’을 ‘테라피 타운’으로

지난달 19일 광주 상무신도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회 광주전남 자치행정 홍보박람회에서 화순군이 내세운 ‘테라피 타운’이 대상(행정안전부장관상)을 차지해 눈길을 모았다. 이 지역 25개 지방자치단체와 공사 기업 등이 참여한 박람회에서 화순군은 바이오산업과 의료산업을 아우르는 ‘테라피 타운’ 개념을 처음 선보였다.

화순군 이영규 비전1030추진단장은 “우리가 세계인들에게 보여줄 자산은 자연환경밖에 없다”며 “화순은 이제 ‘테라피 타운’ 브랜드로 세계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최근 군정책자문위 총회에서 “화순의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은 한결같이 생명과 건강에 밀접해 있다”며 “이 같은 천혜의 자원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생명과 건강을 아우를 미래지향적 개념 설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화순은 병원 신약개발 연구단지에 온천 휴양림 골프장 등 휴양레저시설, 친환경농산물과 스포츠 등 건강 관련 산업들이 고루 갖춰진 만큼 ‘테라피 타운’ 건설은 그 자체가 화순의 미래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렇듯 소중한 유산을 잘 가꿔 문화관광(CT)산업과 생물의약(BT)산업을 병행 발전시키면 보건관광, 농촌관광, 체험관광의 시대를 활짝 열어갈 수 있을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내보였다.

화순의 자신감은 바로 명산 모후산 백아산으로 대표되는 ‘청정 화순’에서 나온다. 우선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환경인 공기의 질부터 화순은 남다르다. 최근 전남도보건환경연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토피성 피부염과 호흡기 질환 등에 탁월한 효과 있는 것으로 알려진 천연 항균물질 ‘피톤치드’(phytoncide) 농도가 가장 높은 곳이 화순 모후산과 백아산이었다. 피톤치드는 수목이 해충과 각종 균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공기 중에 발산하는 천연 항균물질을 말한다.

모후산과 백아산의 피톤치드 연평균 농도는 714.8pptv로, 다른 비교 대상 산지보다 최고 4배 이상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소나무와 수종들이 많아 피톤치드의 주요 성분인 테르펜류 12종 발생률 연평균 농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모후산 백아산은 아토피성 피부염과 각종 호흡기 질환, 혈액순환 장애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 군 관계자들은 이를 두고 “한마디로 ‘화순=테라피 타운’ 브랜드에 딱 들어맞는다”고 입을 모은다.

○ 모후산에서 희망을 보다

서울에 살다 모후산에 기거하는 소설가 정찬주 씨는 “모후산은 손님이 오면 반드시 자랑하는 마음속의 청산”이라며 “초입에 들어서기만 해도 맑은 차 한 잔을 마신 것처럼 흐렸던 정신이 바로 선다”고 적었다. 그는 지난해 11월 동아일보 기고문에서 전완준 화순군수를 가리켜 “나는 고작 내 산방을 찾은 손님과 동행하여 몇 번 산행했을 뿐인데 산골 주민들은 ‘군수님은 2년 동안 50번도 넘게 산을 오르내렸구먼요’라고 자랑한다. 그런 집념의 답사라면 모후산에서 무언가 군민의 활로를 여실하게 본 것도 같다”고 말했다.

전 군수는 “모후산은 이름 그대로 어머니의 품 같은 산”이라며 “온화하고 유순한 화순의 이미지를 이보다 더 잘 나타낼 수는 없을 것”이라고 찬사를 이어간다. 전 군수를 찾아 온 외부 방문객들에게 모후산 답사는 결코 빠뜨릴 수 없는 필수 코스가 됐다.

‘고려인삼’의 첫 재배지 모후산을 기반으로 시작하는 사업은 우선 산삼 산업화를 꼽을 수 있다. 화순군은 2월 서울에서 ‘국제 산삼 심포지엄’을 개최한 데 이어 3월에는 군청에서 후속 보고회를 열고 산양삼(山養蔘) 산업화를 위한 입법 추진위를 구성하기로 했다. 산삼학회 등 관련 전문가그룹은 “올해 심포지엄을 통해 산양삼과 재배삼의 약성 효능 식물학적 차이가 명확히 증명된 만큼 관련 법제도를 정비해 시장 진입 준비에 나서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이에 따라 화순군은 국내 산양삼 씨앗을 모두 모후산에서 공급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종 복원’ 사업을 서두르고 있다. 모후산을 중심으로 12ha 규모의 산양삼 채종포 단지를 조성해 우수 종자를 파종한 뒤 2, 3년생 묘삼을 심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산삼 재배에 적합한 기후 토양 등을 포괄하는 ‘표준 재배 기준’과 품질관리 기준안을 제정하고 생산이력제를 도입하는 한편 브랜드 개발을 통한 공동 마케팅도 추진한다.

모후산에는 고려인삼 시원지 복원사업을 중심으로 생태 테마파크가 들어선다. 남면 남계리∼유마리, 동복면 유천리 등 모후산 주변 1554ha 청정지역을 친환경 관광지로 개발해 자연과 인간이 함께 숨쉬고 어울리는 꿈동산으로 가꿔 나간다는 계획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 계획에는 △농업 농촌 테마공원 △생태 자연공원 광장 △아토피치유 체험장 △생태숲 △내남천 정비 △야생화 단지 △동복호 주변 수질개선 조림 및 경관림 조성 등 20개 사업이 들어 있다.

화순=김권 기자 goqud@donga.com

▼CEO출신 전완준 화순군수▼
“보건 의료 관광의 지상천국으로 테라피 타운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화순하면 곧바로 ‘테라피 타운’이 떠오르도록 더욱 열심히 뛰어야지요.”

전완준 화순군수(사진)는 기업인 출신답게 취임 이후 국내외에 화순을 알릴 대표 브랜드를 키우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지난해 2월 가장 먼저 내세운 것이 ‘자연속愛’ 브랜드. 이 브랜드는 화순에서 생산되는 쌀 산양삼 파프리카 복숭아 한약초 등 10개 농특산물 가운데 엄선된 특상품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인터넷사이트(www.hwasunfarm.go.kr)를 통해 생산이력 조회기능까지 갖추고 소비자에게 홍보물을 발송하는 등 프리미엄급 엄격한 브랜드 관리로 그 가치를 높이고 있다.

전 군수는 “그동안 ‘화순은 뭐가 제일이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바로 내세울 만한 브랜드가 없었다”며 “‘자연속愛’를 통해 서울 가락동 등 전국의 농산물시장에서 각광받는 브랜드 이미지를 갖추기 시작했다”고 자랑했다. 그는 “고부가가치 브랜드는 제품 가치의 상승효과를 통해 궁극적으로 브랜드만 보고도 물건을 사게 하는 엄청난 가치를 지닌다”며 “이제 화순 농민들은 농특산물 브랜드 홍보와 유통 판매는 전문판매법인에 맡기고 오로지 품질개선에만 힘을 쏟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테라피 타운’은 전 군수가 화순의 미래상을 국내외에 각인시키기 위해 올해 새로 내세운 브랜드. 그는 3월 6일 13개 읍면 연두 군정보고회의 마지막 순서인 화순읍 주민과의 대화 현장에서 이 브랜드를 선포했다. 전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공모해 선정한 이 브랜드는 화순의 미래를 의료 생명의약 생태관광 등 ‘생명과 치유’에 관한 한 모든 최적의 조건을 갖춘 전원도시로 제시한다는 것이 전 군수의 설명. 그는 “‘테라피 타운’이야말로 생명에 관한 포괄적 개념을 다루는 만큼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브랜드”라며 “우선 보건의료관광 농촌관광 체험관광의 최적지로 화순을 알리는 대표브랜드로 인지도를 높여 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소규모 지자체들이 체육관과 문화회관을 따로 지어 건축비와 운영비를 이중 부담했던 문제점을 없애기 위해 선택한 ‘복합형 실내문화체육관’에도 독창적 브랜드를 붙였다. 이 시설의 브랜드명 ‘하니움(Hanium)’은 ‘Harmony(화합)+Centrum(중심)’으로 화순의 조화와 화합의 중심이 되는 문화스포츠 센터를 뜻한다. 현재 공정 50%에 이른 하니움 주변에는 실개천이 흐르고 나무가 우거진 문화 휴식 레저 공간이 되도록 그가 직접 현장에 나가 경관 조성사업을 지휘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 개최가 확정된 전국배구선수권대회 등 크고 작은 체육행사를 통해 선수들이 편안한 분위기 속에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실내스포츠의 메카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하니움 인근에 화순 출신 베이징올림픽 배드민턴 금메달리스트 이용대 선수를 기념하기 위해 짓는 배드민턴 전용체육관에는 ‘이용대체육관’ 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로 했다.

“화순의 미래는 문화와 관광, 스포츠 산업이 어우러진 생물산업(BT)와 문화관광산업(CT)의 융화에 달려있다”고 강조하는 그는 “지금부터 화순의 브랜드 가치 높이기에 전념해야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전 군수가 내세우는 자신만의 브랜드는 ‘비전 1030’으로 대표된다. 우선 ‘비전 10(발전의 토대)’은 ‘전국 10대 잘사는 군 만들기’를 목표로 ‘인구 10만 명’을 채우고, 군민 소득을 ‘10%’ 증진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비전 30(전략의 완성)’은 △군 자주재원 30% 증대 △농·축·특산물 판매소득 30% 향상 △사회 복지 교육 문화여건 30% 확충 등의 뜻을 담았다. 그는 선거 때 제시한 ‘비전 1030’ 브랜드를 매니페스토(공약 이행점검) 차원에서 꾸준히 관리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화순=김권 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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