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5호선 마포역 1번 출구로 나와 마포대교 방면으로 걷다 보면 고기 굽는 냄새가 행인들의 발목을 잡는다. 냄새가 나는 곳을 찾아 빌딩숲 사이 골목으로 접어들면 ‘원조’ 간판을 내건 고깃집들이 한곳에 모여 있는 거리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고기 맛을 잊지 못해 지방에서도 찾아온다는 ‘마포 갈비·주물럭 거리’. 8일 찾은 주물럭 거리는 가족끼리 식사를 하러 나온 손님으로 가득했고 해가 지자 퇴근 이후 동료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는 직장인들로 북적였다.
○ 뱃사람이 찾던 갈비와 주물럭
1950년대까지만 해도 마포나루에는 목재, 새우젓, 소금 등을 실어 나르는 배가 수시로 드나들었다. 배가 멈추는 곳에는 사람이 몰리고 자연스럽게 음식점들이 늘어서기 마련이다. “허기진 배를 채우려는 뱃사람들과 톱밥으로 칼칼해진 목을 씻으려는 제재소의 인부들이 고기를 찾으면서 자연스럽게 고깃집이 하나둘씩 들어섰고 이것이 바로 ‘갈비·주물럭 거리’의 시작”이라는 것이 마포구청의 설명이다.
연탄불에 고기를 구워 팔던 마포나루의 고깃집들은 손님들의 다양한 입맛을 맞추기 위해 양념에 재운 돼지갈비와 간장, 마늘로 버무린 소고기를 내놓았다. 손으로 오물조물 양념을 입혀 만든 소고기를 ‘주물럭’이라고 부른 것도 이 무렵부터다. 50여 년의 시간이 흘러 마포에는 이제 배가 들어오지 않지만 마포구 용강동 토정길 주변에서 갈비와 주물럭을 파는 고깃집들은 여전히 성업 중이다. 30여 곳의 가게가 몰려 있는 골목에는 수십 년 동안 한곳에서 장사를 해온 곳도 많다.
돼지갈비는 1인분에 1만 원, 주물럭은 1인분에 2만9000∼3만4000원 수준이다. 고기 외에도 동치미국수 같은 별미도 1000원만 더 내면 먹을 수 있다.
오랫동안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육질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30년째 장사를 하고 있는 박순자 씨(59·여)는 “오랜 역사의 갈비·주물럭 거리 명성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라도 최고 등급의 고기만을 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주물럭은 손맛도 중요하다. 박 씨는 “똑같은 양념으로 해도 누구의 손맛이 들어갔는지에 따라 음식 맛이 달라진다”며 “대부분의 가게에서 주물럭만큼은 주인들이 직접 만드는 것도 바로 손맛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음식문화축제의 거리
아무리 맛이 좋다지만 신종 인플루엔자A(H1N1)의 공습을 완벽히 피할 수는 없었다. 이도갈비 사장 이종수 씨(53)는 “인플루엔자가 초반에 확산될 때는 눈에 띄게 손님이 줄어 걱정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다시 회복하고 있는 추세”라며 “먹을거리 명소라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상인이 많아 최고의 재료만 쓰고 있기 때문에 인플루엔자 걱정은 절대 안 해도 된다”고 말했다.
마포구는 2003년부터 용강동 일대에서 ‘마포음식문화축제’를 열고 있다. 올해 10월에도 열리는 축제에는 고깃집뿐만 아니라 용강동 일대 200여 곳의 음식점이 참여해 시민들에게 좋은 음식을 저렴하게 맛볼 기회를 제공한다. 이 기간에 갈비·주물럭 거리를 찾으면 야외갈비구이 파티, 사물놀이 축하공연 등의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마포나루의 전통을 간직한 먹을거리 축제에 시민들의 발걸음이 잦아지면서 마포구는 용강동 일대를 먹을거리 특화구역으로 지정하고 ‘걷고 싶은 거리’로 조성했다. 마포구 이수복 공보관광과장은 “오랜 역사의 갈비·주물럭 거리에 맞는 다양한 지원책을 만들어 음식과 문화가 공존하는 거리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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