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중나모株 고가 매각때 박연차 지인들이 매입
1년뒤 千씨 아들이 되사 주당 1만원 가까운 차익
檢, 주내 千씨 소환 앞두고 보강증거 수집에 주력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이 이르면 이번 주에 조세포탈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등의 피의자 신분으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소환 조사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6, 7일 검찰이 서울지방국세청과 천 회장의 사업체 등 25곳을 압수수색한 직후 수사팀 주변에서는 천 회장 관련 의혹 수사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 “주식거래 과정에서 세금포탈”
검찰은 천 회장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도움으로 여러 차례 막대한 경제적인 이득을 본 점에 주목하고 있다. 우선 천 회장은 2007년 4∼11월 자신과 가족이 보유하고 있던 세중나모여행의 주식 218억여 원어치를 매각했다. 매각 당시 주가는 주당 6000∼1만2000원대였으며 박 전 회장의 지인이 이 주식을 매입했다. 박 전 회장의 지인들은 신규 주식의 대량보유상황보고의무를 피하기 위해 시간외거래를 거쳐 분산 매입했다. 주식을 판 지 1년 가까이 흐른 지난해 10∼12월 천 회장의 장남은 해당 주식을 주당 2000∼4000원 대에 다시 샀다. 거액의 차익을 얻은 것은 물론이고, 천 회장 장남의 세중나모여행 지분이 약 9.9%에서 11.6%로 늘어났다. 천 회장 장남은 천 회장에 이어 2대 주주가 됐고, 올 3월 천 회장과 함께 세중나모여행의 공동대표로 선임됐다. 천 회장 장남은 자신과 자신이 최대주주인 세성항운이 각각 보유하고 있던 세중나모여행 주식을 2007년 팔았다가 지난해 다시 매입해 약 40억 원의 차익을 거뒀다.
검찰은 천 회장이 아들에게 주식을 증여하기 위해 박 전 회장과 공모했다면 증여세 포탈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천 회장이 박 전 회장의 도움으로 주식을 비싸게 팔아 싼값에 되샀다면 대주주의 주식거래 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 포탈 혐의에도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천 회장이 보유했던 주식을 산 명의자들을 잇달아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 조사하고 있다. 일부는 병원에 입원 중이거나 해외로 출국한 상태여서 주식 거래 과정에 대한 조사가 다소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천 회장이 게임사업에 10억8000만 원을 투자했다가 사업이 실패로 돌아갔는데도 다른 투자자와 달리 박 전 회장이 사업자금을 회수해가지 않은 점도 석연치 않다. 천 회장은 박 전 회장이 농협에서 인수한 휴켐스의 사외이사를 지냈으며 2007년 휴켐스의 주식 1만여 주를 취득했다가 일부를 매각하기도 했다. ‘의형제’ 사이였던 천 회장과 박 전 회장이 사업상 거래를 한 것이라면 큰 문제가 있다고 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 거래 직후에 박 전 회장의 세무조사가 이어졌고 이후 천 회장이 박 전 회장 구명에 나섰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박 전 회장의 도움으로 사업상 이득을 크게 본 천 회장이 ‘상부상조’ 차원에서 박 전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 때 국세청 관계자를 접촉한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 세무조사와 관련한 직접적 금품수수 의혹
천 회장은 지난해 8월 레슬링협회장 자격으로 중국 베이징 올림픽 응원을 위해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2000만 원 상당의 위안화를 받았다고 최근 시인했다. 천 회장은 2000만 원이 세무조사와는 무관하며 선수단 격려금이라고 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 돈이 세무조사 무마와 관련한 직접적인 금품일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당시는 박 전 회장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었고 박 전 회장은 사업상 이유로 베트남과 중국 등지를 떠돌던 때였다. 검찰은 특히 박 전 회장이 당시 “한국에 들어가도 되겠느냐”고 문의했다는 정황에도 주목하고 있다. 박 전 회장은 지난해 9월 세무조사가 진행 중일 때 귀국했으며 9월 중순 국세청에 의해 출국 금지됐다. 또 검찰은 천 회장이 시인한 2000만 원 외 추가로 수천만 원의 금품이 더 오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처럼 세무조사 당시 건넨 금품과 그 이전의 사업상 이득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천 회장을 움직이게 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 ‘제3자’를 통한 로비 의혹?
천 회장은 한상률 전 국세청장과 서울과학종합대학원의 ‘4T CEO’ 과정 동기생이다. 천 회장이 박 전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를 위해 접촉했다면 한 전 청장이 타깃이 됐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검찰은 천 회장과 한 전 청장이 접촉한 정황을 통화기록 등을 통해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청장을 제외한 다른 국세청 실무진은 천 회장이 직접 접촉하지 않고 가까운 정치인이나 지인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접촉했을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국세청 전산실까지 이례적으로 압수수색해 당시 세무조사 실무진이 국세청 결재 라인으로 보고한 e메일 내용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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