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간 남편에게 생활비의 지급은 물론 아내와 동거를 명령하는 이례적인 결정이 나왔다. 부부가 별거할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부부 간에 동거의 의무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주부 A 씨(30)는 2007년 남편 김모 씨(32)와 결혼해 지난해 3월 딸을 낳았다. 둘은 성격 차이에다 아이 양육 문제로 자주 다퉜고 남편 김 씨는 이를 참지 못하고 지난해 8월 집을 나갔다. 이후 생활비도 보내지 않았다. 보통 이럴 때 아내는 이혼 소송을 통해 위자료와 양육비 등을 청구하는데 A 씨는 달랐다. 양육비 지급은 물론 남편이 집으로 돌아올 것을 요구하는 부부동거 등에 관한 심판을 신청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20단독 손왕석 부장판사는 “별거할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부부는 동거할 의무가 있고 남편 김 씨는 생활비와 양육비를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초구의 집에서 가족과 함께 살 것을 명령하는 한편 가출한 사이 지출된 생활비 1500만 원과 앞으로 매달 230만 원씩을 생활비로 지급하라고 명령한 것.
가정법원 관계자는 “남편이 법원의 동거 명령을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강제로 데려올 수는 없지만 만약 이혼 소송까지 갈 경우 위자료 산정 등에서 남편에게 불이익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