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함 124척 구조대 14곳에
원격화상진료시스템 설치
앞으로 외딴섬이나 선박에서 각종 사고를 당해 생명이 위독할 경우 병원으로 후송되는 과정에서도 응급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해양경찰청은 12일 인천해경 소속 3000t급 경비구난함인 태평양호에서 보건복지가족부, 가천길재단과 ‘해상, 도서 응급의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응급의료체계 구축 업무협약서’를 체결했다. 이는 그동안 해상에서 육지 병원으로 환자를 옮기는 경비함과 헬기에 의료시스템이 없어 사실상 응급처치가 어려웠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해경은 경비함과 가천길재단 산하 길병원을 광역위성통신망으로 연결하는 카메라가 달린 모니터(원격 화상 응급의료 시스템)를 설치했다. 길병원 의료진이 모니터를 통해 환자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진료한 뒤 승선한 구급요원에게 응급처치를 지시하게 된다. 환자는 경비함이 항구에 도착하면 미리 대기하고 있는 구급차를 타고 의료진이 협의한 가까운 병원으로 이동해 수술 등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받는다.
해경은 2011년까지 정부에서 111억 원을 지원받아 해경이 보유하고 있는 100t 이상 경비함 124척과 122구조대 14곳에 이 시스템을 설치하기로 했다. 앞서 해경은 가천길재단과 함께 지난해 경비함 3척에 응급의료시스템을 설치해 시범 운영했으며 올해 1000t 이상 경비함 10척에 시스템을 설치할 계획이다. 1995년 서해 최북단 섬인 백령도에 원격화상진료시스템을 설치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화상진료를 시행한 길병원은 해경에 시스템 이용에 관한 강의와 실습은 물론 각종 응급처치법을 무료로 교육하기로 했다.
한편 해경이 경비함과 헬기를 이용해 이송한 응급환자는 2003년 449명에서 지난해 882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그러나 해경이 응급환자를 구조해도 전문 의료진이 진료하지 못해 현장에서 제대로 응급처치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길범 해양경찰청장은 “환자에게 신속하고 적절한 응급처치가 가능해져 인명 피해를 줄이게 됐다”고 말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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