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에 1만 그루 등 보급 나서
“들꽃만의 독특한 느낌이 있죠? 나중에 숲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자식 키우듯 살펴야지요.” 11일 오후 경북 칠곡군 지천면 창평리 지천못 앞의 한 주택. 300m²가량의 마당에는 200여 종의 야생화가 심어져 있었다.
서너 명의 ‘우리꽃 지킴이 경북연합’ 회원들은 이날 이곳에 모여 야생화를 살피면서 야생화를 복원하고 보급하기 위한 논의를 했다. 회원들은 지난달부터 ‘야생화 심기’라는 조용하지만 의미 있는 활동을 시작했다. 경북 19개 시군 100여 명으로 구성된 회원들은 지난달 17일 경북 김천시 직지공원에서 야생화 1만 그루를 공원 주변 야산에 심었다.
야생화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야생화(야생초)는 그냥 산이나 들에 내버려두면 잘 자라지 않느냐’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자연환경이 이런저런 이유로 바뀌면서 야생화가 사는 환경도 달라져 이름만 남은 야생화가 점점 늘어난다고 한다. 가령 이전의 양지가 음지로 바뀌면 양지식물은 자취를 감춘다는 것.
이정임 우리꽃 지킴이 경북연합 회장(54·여·경북 칠곡군 왜관읍)은 “얼마 전만 해도 할미꽃이 많았는데 지금은 할미꽃 보기가 참 어렵다. 야생화 복원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10여 년 전부터 야생화에 관심을 가진 이 회장은 2007년에 이 모임을 만들었다. 정식회원은 100여 명이지만 뜻을 함께하며 야생화를 지키고 보급하는 데 참여하는 사람은 500여 명에 이른다.
이 모임의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이태보 씨(52·여) 집 마당에 모인 회원들에게 야생화의 이름을 물어보자 곧바로 100가지 이상의 이름이 나왔다. 기자가 아는 이름은 할미꽃과 민들레 정도였다. 매발톱, 용머리, 노루오줌, 노루귀, 쥐털이풀, 딱지꽃, 수염패랭이, 으아리, 바람꽃, 부처꽃, 장구채, 처녀치마, 솜방망이, 중대가리나무, 조개나물, 봄맞이꽃, 개승마, 말발도리, 범꼬리, 꿩의비름, 바위솔, 괴불주머니, 으름…. 집의 마당에서 이 같은 야생화를 거의 모두 볼 수 있다. 3년 전에 ‘야생화 마당’을 조성한 그는 “마당을 둘러볼 때마다 숲과 들에서 이런 야생화를 쉽게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회원들에게 이 집의 마당은 야생화 현장연구소인 셈이다.
회원들의 소망은 야생화가 마당이나 화분이 아닌 자연 속에서 제 모습을 뽐내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회원들이 야생화 작품전을 열면서 관심을 높이는 한편 경북도 농업기술원을 통해 야생화 재배 기술을 전문적으로 익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회장은 “야생화를 돌보며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것도 삶을 풍성하게 해주는 소중한 일”이라며 “많은 분들이 가정에 야생화를 키우면서 이런 마음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