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자전거길 88km 추가요~”

  • 입력 2009년 5월 15일 02시 56분


엘리베이터 타고 터널 지나 서울 전역 씽씽

종로-태평로에도 전용로

한강 난지-광나루지구엔 자전거 테마공원 조성

2011년 6월의 어느 날 오전 출근시간.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아파트에 사는 회사원 이모 씨는 출근용 자전거의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이 씨는 자출족(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에게 ‘고속도로’로 불리는 한강변 자전거 도로를 시원하게 달렸다. 이 씨는 반포대교 밑 잠수교에 놓인 자전거 도로를 이용해 한강을 건넜다.

잠수교 북단에서 남산2호 터널로 이어지는 반포로도 자전거 전용도로로 연결되어 있다. 이전 같으면 높낮이 차로 뚝 끊겨 있었을 반포로 끝부분과 소월길 사이 급경사 지역에는 31m 높이의 자전거 전용 엘리베이터가 우뚝 솟아 있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소월길로 접어든 뒤 회사가 있는 태평로의 사무실까지 도착했다. 이처럼 2011년 이후에는 이 씨처럼 자전거를 타고 도심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이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는 2011년까지 24.07km의 내부 도심 순환 자전거 도로를 만들고, 2014년까지는 88.39km 길이의 도심 순환형 자전거 도로망(바이크 서클·Bike Circle)을 완성할 계획이라고 13일 밝혔다. 이는 시가 지난해 10월에 발표한 207km의 출퇴근용 간선 자전거 도로망에 연결성과 접근성을 보완한 추가 자전거 도로망이다. 207km 간선 자전거 도로망이 서울의 동서와 남북을 가로지르는 선(線)개념이었다면 순환형 자전거 도로망은 도심과 남산, 한강을 아우르는 원(圓) 형태인 게 특징이다.

순환형 자전거 도로망은 한강과 남산, 도심을 연결하는 도심 순환노선(24.07km)과 한강과 중랑천, 성북천, 평창터널, 불광천, 홍제천을 잇는 외곽순환노선(38.13km), 도심순환망과 외곽순환망을 잇는 연결노선(26.19km) 등 3가지 노선으로 이뤄진다. 이 중 도심 순환노선은 2011년까지 완공하고, 나머지 노선들은 2014년까지 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번에 만드는 자전거 전용도로는 대부분 기존 도로의 1개 차로를 없애거나 차로 폭을 줄여 자전거 도로를 만드는 ‘도로 다이어트’ 방식이 적용된다. 총예산은 517억 원이다.

특히 대표적인 도심 혼잡구간인 종로구 세종로 사거리∼흥인지문 사거리 2.85km 구간에는 중앙버스전용차로 사업을 시행하면서 기존 왕복 8차로를 6차로로 줄이는 대신 2차로의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든다. 또 소월길과 반포로, 소월길과 한남로처럼 고도차가 큰 지점에는 자전거 엘리베이터나 목재 데크로 만든 자전거 경사로를 설치한다. 구기터널과 평창터널 등에는 터널 내에 별도의 칸막이를 설치한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든다. 시는 자전거 도로망이 완공되면 자전거의 교통수단 분담률이 현재 1.2%에서 6.0%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시는 순환형 자전거 도로망 계획 속에 자전거를 타고 청계천과 경복궁 등 도심 명소를 둘러볼 수 있는 ‘관광용 테마노선’도 포함시켰다. 이와 함께 7월까지 한강 광나루지구와 난지지구에 가족과 연인 단위로 자전거를 즐길 수 있는 자전거테마공원을 조성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번 계획이 완료되면 서울 도심은 물론 한강과 남산, 그리고 서울 외곽지역까지 자전거를 타고 막힘없이 달릴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백남철 책임연구원은 “서울은 남산 등 구릉지가 많기 때문에 구릉지와 구릉지를 연결하는 매력적인 자전거 고가도로 건설도 고려할 만하다”며 “자전거 도로와 함께 안전 표지판이나 정보 표지판 등의 시설도 함께 정비돼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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