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이인규)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구속 기소) 구명 로비를 벌인 의혹을 받고 있는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66)을 다음 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한 뒤 형사 처벌할 방침인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해 8월 베이징 올림픽 때 박 전 회장이 천 회장에게 15만 위안(당시 환율 기준 약 2300만 원)을 건넨 것은 물론 2003, 2004년 천 회장의 계열사에 투자한 거액을 세무조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해 11월 회수하지 않은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세무조사 당시 국내에 입국하지 않고 중국과 베트남 등에 머물고 있던 박 전 회장이 베이징에서 천 회장에게 돈을 건네며 “국내에 들어가도 되느냐”라는 취지로 문의했다는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3, 2004년경 박 전 회장이 세중나모여행의 계열사인 옛 세중게임박스에 거액을 투자했는데, 법인이 해산된 이후 다른 투자자들이 소송을 거쳐 투자금을 회수해 간 것과 달리 박 전 회장은 지난해 11월 이를 돌려받지 않은 것도 세무조사 무마 로비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국세청은 지난해 7∼11월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했다.
또한 검찰은 세무조사 당시 일부 국세청 관계자가 천 회장과 통화를 한 것으로 보고 당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장이었던 조홍희 국세청 법인납세국장과 조사4국 1과장이었던 임모 세무서장 등 4명을 불러 통화 내용을 조사했다. 검찰은 천 회장이 2003년부터 박 전 회장의 도움으로 주식 차명계좌를 통해 장남과 차남, 딸 등 세 자녀가 세중나모여행과 계열사의 대주주가 되도록 하는 한편 거액의 주식거래에서 거둔 차익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은 것도 불법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정확한 세금 포탈 액수를 산정하고 있다.
검찰은 천 회장의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세무조사를 전후한 경제적인 이득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차명주식거래 등의 부분은 증여세 및 양도소득세 포탈 혐의로 천 회장을 형사처벌할 방침이다.
천 회장을 조사하기에 앞서 검찰은 올 3월 중순 미국으로 출국한 한상률 전 국세청장을 먼저 조사할 계획이다. 한 전 청장이 귀국해 검찰 조사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검찰은 한 전 청장이 천 회장 등에게서 태광실업 세무조사와 관련해 청탁성 전화를 받았더라도 결과적으로 세무조사를 계속 진행한 만큼 한 전 청장을 e메일 등을 통해 서면 조사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박 전 회장의 사돈인 김정복 전 국가보훈처장을 14일 다시 불러 지난해 세무조사 당시 천 회장 등과 세무조사 대책회의나 무마 로비를 했는지 등을 조사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