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의무’ 달성 40곳 불과… 말로만 친환경
근로복지공단 91%-환경부 60%로 상위권
‘지속성장’과 ‘친환경 기업’ 등을 내세우는 행정기관 및 공공기관의 상당수가 정작 친환경자동차 구매는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대기환경청은 지난해 1대 이상의 자동차를 구매한 행정 및 공공기관 127곳 중 수도권대기개선특별법에서 정한 친환경 자동차 구매 목표(20%)를 달성한 곳은 40곳(31.5%)에 불과했다고 14일 밝혔다. 나머지 87곳(68.5%)은 구매 목표에 미치지 못했고 이 가운데 친환경 자동차를 한 대도 사지 않은 기관은 51곳이었다.
정부는 2005년부터 수도권 내 행정 및 공공기관이 새로 자동차를 구매할 경우 친환경 자동차를 20% 이상 사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때 구매 비율은 어떤 차종을 사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전기자동차 같은 1종을 구매하면 가산점이 높고 2종(하이브리드 자동차 등), 3종(매연저감장치를 설치한 경유차 등)은 그보다 낮은 가산점을 받는다.
지난해 행정 및 공공기관을 통틀어 근로복지공단의 친환경 자동차 구매비율이 90.9%로 가장 높았다. 근로복지공단은 총 11대 중 10대를 하이브리드 승용차와 저공해 경유차로 샀다. 이어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80.0%), 농수산물유통공사(60.0%) 등이 상위권에 올랐다. 중앙부처 중에서는 환경부가 총 10대 중 7대를 친환경 자동차로 샀다.
하지만 친환경 자동차를 외면하는 곳도 적지 않았다. 구매 목표를 달성한 행정기관은 28%, 공공기관은 38%에 불과했다. 특히 관세청을 비롯해 경기 안산시, 서울 광진구, 인천시교육청 등 30개 행정기관과 군인공제회, 대한주택공사, 산림조합중앙회 등 21개 공공기관은 친환경 자동차를 단 한 대도 사지 않았다.
친환경 자동차 구매를 꺼리는 이유는 무엇보다 선택의 폭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 승용차는 프라이드와 베르나 등 단 2종에 불과하고 가격도 2400만 원대로 동급 일반 차종보다 1000만 원가량 비싸다. 7월부터는 액화석유가스(LPG)를 사용하는 2100만 원 대 하이브리드 차량 2종이 새로 출시된다.
또 특별법이 정한 구매 비율을 지키지 않아도 사실상 아무런 제재를 할 수 없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환경청의 구매실태 조사에 아예 응하지 않는 곳도 많다. 이번 구매현황 조사에서도 180여 개 기관 중 50여 곳은 회신조차 하지 않았다. 구매실적이 없는 한 공기업 관계자는 “친환경 자동차를 사고 싶어도 용도에 맞는 차종을 구할 수가 없다”며 “다양한 차종이 생산되면 구매량을 늘릴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환경청은 공공기관을 직접 방문해 자료를 제공하고 구매를 유도하는 등 친환경자동차 ‘세일즈’에 나섰다. 현재 수도권에 있는 개인과 사업자가 친환경 자동차를 구입하면 소형차는 200만 원, 대형 화물차 및 버스는 650만 원의 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또 5년 동안 환경개선부담금이 면제되고 공영주차장 주차료 감면 등의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